'박유천 5000만원 손해배상'으로 본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차이
'박유천 5000만원 손해배상'으로 본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차이
[모든 일엔 이유가 있는 법] '성폭행 무혐의' 받은 박유천, 그래도 손해배상은 해야?
형사처벌의 기준인 '위법행위'와 민사소송의 기준인 '불법행위'는 다르기 때문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가 지난해 7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구치소를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가 지난 22일 감치(監置·유치장이나 교도소에 가둠) 재판을 받았다. 앞서 민사소송에서 확정된 손해배상금을 갚지 않아 열린 재판이었다.
이 재판 소식을 전한 뉴스 기사를 읽다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있다. 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의 형사고소도, 그런 고소가 거짓말이라는 박씨의 형사고소도 모두 "죄가 안 된다"라는 수사당국과 법원의 결정이 있었다는 부분이다.
즉 쉽게 말해, 앞서 다음 두 가지 결정이 나왔다.
① 박유천이 A씨를 성폭행한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
② A씨가 박유천을 무고한 혐의도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③ 박유천은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는 의미다.

지난 2016년 12월, 20대 여성 A씨는 박유천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박씨는 A씨 등 여성 4명에게 고소를 당했지만, 수사 결과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사당국은 "폭행이나 협박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해 성폭행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자 박유천의 역공이 시작됐다. 거짓으로 자신을 고소했다며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 뒤 다시 A씨가 박씨에게 소송을 걸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었다. 강압적인 성관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핵심이었다.
A씨를 대리한 이은의 변호사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형사적으로 강간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민사적인 불법행위가 아니었는지 봐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민사재판에서 재판부는 "박씨가 A씨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박씨가 강압적인 성관계를 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런 차이는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이 어떤 행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유⋅무죄를 따지는 형사재판에선 증거가 불충분하면 "죄가 안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권리를 침해당했는지 여부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성폭행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은 그런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그보다 훨씬 낮은 단계의 입증만 이뤄져도 승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간극은 형법상 강간죄에는 '폭행⋅협박이 동반돼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 탓이기도 하다. 원치 않는 성관계라는 점이 형사재판에서 입증되더라도 그것이 "폭행이나 협박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강간죄는 무죄다. 하지만 같은 사실관계를 민사 법정에 가져오면 승소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