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 떠난 '3평 무기수' 사육곰의 운명, 사살 되거나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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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찾아 떠난 '3평 무기수' 사육곰의 운명, 사살 되거나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거나

2021. 07. 08 15:34 작성2021. 07. 08 16: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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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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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농장에서 탈출한 곰 두 마리⋯한 마리는 포획돼 사살, 나머지 한 마리는 행방 묘연

온갖 불법 자행한 농장주, 그런데 왜 곰들을 몰수할 수 없는 걸까

죽지 않으면 철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비운의 운명. 3평 남짓한 철창 안에서 사는 '무기수' 사육곰. 사육곰의 운명은 왜 그래야 하는 걸까. 해당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제공

지난 6일, 용인의 사육농장에서 곰 두 마리가 탈출했다. 그 중 한 마리는 당일 발견돼 사살된 상황. 탈출한 곰 한 마리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용인시 등에 따르면 포수 약 10명이 농장 인근의 야산을 중심으로 수색하고 있지만 곰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곰은 사살될 확률이 높다. 혹여 생포하더라도 원래 살던 열악한 농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곰 탈출 사건을 계기로 '사육곰의 실태'에 대해 지적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이는 최근에서야 발생하기 시작한 일이 아니다. 10년 전부터 사육곰이 탈출한 사건이 종종 발생했고, 그때마다 빠짐없이 곰 사육 환경 문제가 지적돼왔다.


녹색연합은, 이런 사육곰을 3평 남짓한 철창 안에서 사는 '무기수'라고 표현했다. 죽지 않으면 철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비운의 운명. 그렇다고 제대로 된 돌봄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더럽고 작은 철장 안에서 갇혀있다. 사육곰의 운명은 왜 그래야 하는 걸까. 로톡뉴스가 취재해봤다.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사육곰 현장조사 결과. 대부분 음식물찌꺼기나 개 사료를 먹이로 주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사육곰 현장조사 결과. 대부분 음식물찌꺼기나 개 사료를 먹이로 주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개선명령에도 바뀌지 않던 열악한 사육환경

지난 2012년에 이어 곰들이 또다시 탈출한 용인시 처인구의 사육 농장은 열악한 사육 환경과 불법 행위로 악명 높은 곳이다. 일단, 농장주 A씨는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곰 개체수를 증식해왔다. 지난 2014년~2016년, 사육곰들에 대한 대대적인 중성화 사업이 진행됐지만 A씨는 참여하지 않았다. 웅담 채취를 위한 사육곰이 아닌 '전시용' 곰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전시용 곰'은 허가만 받으면 증식이 가능했다. 하지만 A씨는 이 역시 하지 않았다. 곰끼리 강제로 합사시켜 새끼를 낳게 하고, 새끼가 태어나면 이 수 만큼 나이가 든 곰들을 '웅담' 채취를 이유로 죽였다. 전시용 곰을 웅담 채취를 위해 죽이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었지만, 관리감독하는 환경부는 총 개체수만 확인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꼼수라고 했다.


녹색연합의 박은정 팀장은 "곰을 불법증식해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라며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에 과태료를 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지어 불법증식한 곰이 1마리든 10마리든 동일한 수위로 처벌된다"고도 지적했다.


곰을 이용해 돈을 벌었지만, 곰을 위한 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철창은 낡고 헐거워졌고, 결국 곰이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 해당 사진은 기사 속 농장과 관련 없는 다른 지역의 사육곰 사진으로 전국의 사육곰 실태를 알리기 위해 사용. /곰 보금자리 제공
곰을 이용해 돈을 벌었지만, 곰을 위한 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철창은 낡고 헐거워졌고, 결국 곰이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 해당 사진은 기사 속 농장과 관련 없는 다른 지역의 사육곰 사진으로 전국의 사육곰 실태를 알리기 위해 사용.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제공


이뿐만 아니라 농장주 A씨는 여러 차례 환경부로부터 시설 개선 등 각종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위에서 말했듯, 과태료만 물면 됐기 때문이다. 농장 운영엔 아무 제약이 없었다.


박은정 팀장은 "A씨는 곰 기름으로 비누로 만들어 팔다가 적발되는 등 곰을 다양하게, 불법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농장주 A씨는 이렇듯 곰을 이용해 돈을 벌었지만, 곰을 위한 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철창은 낡고 헐거워졌고, 결국 곰이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 탈출은 이 농장에서만 벌써 두 번째. 박 팀장은 "A씨의 다른 농장까지 합하면 탈출 사건은 최소 5차례"라며 "이번엔 철창이 일부 끊어진 부분의 아래로 곰이 탈출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A씨는 여주에도 다른 곰 사육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사육곰의 실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녹색연합과 담당 부처인 환경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박주연 변호사에게 사육곰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사육곰의 실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녹색연합과 담당 부처인 환경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박주연 변호사에게 사육곰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곰 몰수 못하는 상황 너무 '잘' 알았던 농장주⋯그렇게 곰들의 비극은 계속

각종 법 위반을 한 농장주. 법원이 농장주에 대해 단죄를 해도, 곰들은 농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철창에 갇혀 죽거나 탈출해 사살돼 죽는 두 가지 경우뿐이다.


"불법을 저지른 농장주에게 곰들을 뺏어오는 게 불가능한 걸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우리 법원은 '몰수' 명령을 내려 농장주에게서 곰들을 뺏어올 수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몰수를 한 곰들이 정작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를 잘 아는 농장주는 기꺼이 몇백만원 수준의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고 다시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른다. A씨는 곰 한 마리당 약 2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 등에서는 곰 보호시설을 만들어 몰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박은정 팀장은 "곰 보호시설을 만들어 몰수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는 예산 문제로 보호 시설을 마련을 미뤄왔다. 지난 2019년, 국회환경노동위원회가 '사육곰 보호시설'에 대한 예산을 예산안에 올렸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육곰들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더럽고 작은 철장 안에서 갇혀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속 농장과 관련 없는 다른 지역의 사육곰 사진으로 전국의 사육곰 실태를 알리기 위해 사용. /동물자유연대제공
사육곰들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더럽고 작은 철장 안에서 갇혀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속 농장과 관련 없는 다른 지역의 사육곰 사진으로 전국의 사육곰 실태를 알리기 위해 사용. /동물자유연대제공


곰 보호시설 만들면 몰수 가능⋯박주연 변호사 "시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돌봄까지"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는 2024년, 전남 구례군에 곰 보호시설이 들어선다는 점이다. 담당 부처인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해당 농가의 문제점은 이미 알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엄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곰들을 몰수하기 위해 예산을 신청해왔다"며 "이번에는 국회와 지자체, 동물 관련 단체 등이 협력하여 예산이 반영이 됐고 올해부터 시설을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시설 완공까지 남은 기간은 약 3년.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 기간 동안엔 사육곰들은 여전히 열악한 농장에 머물러야 한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최대한 앞당겨서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겨울잠을 자는 곰의 특성 때문에 굴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농장은 뜬장에 사육곰을 키우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속 농장과 관련 없는 다른 지역의 사육곰 사진으로 전국의 사육곰 실태를 알리기 위해 사용. /동물자유연대 제공
겨울잠을 자는 곰의 특성 때문에 굴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농장은 뜬장에 사육곰을 키우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속 전국의 사육곰 실태를 알리기 위해 사용. /동물자유연대⋅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제공


사회적 무관심과 농장주의 방치가 낳은 이번 비극. 과연 곰 보호시설만 지어지면 끝이 날까.


이에 대해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박주연 변호사(법무법인 방향)는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동물보호시설을 만드는 건 당연히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한 가지 당부를 했다. 시설을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곰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까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박 변호사는 "해당 보호시설이 동물원이나 관광 등 인간의 편의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곰들이 편히 쉬고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곰 탈출 사건과 관련해 농장주 A씨에게는 개선 명령 등이 내려질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농장에서) 또 곰이 탈출할 우려가 있어서 개선명령 내리고 이행 안 했을 때 수사당국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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