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살자" 한 마디에, 아내 감금하고 무자비하게 때린 남편⋯그래도 법원은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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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살자" 한 마디에, 아내 감금하고 무자비하게 때린 남편⋯그래도 법원은 집행유예

2020. 06. 06 12:46 작성
최종윤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y.cho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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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가정폭행범, 아내의 한 마디에 격분

무자비한 폭행에 못 이긴 피해자가 창문 너머로 도망치기까지

재판부 "피해자가 상당한 고통을 받았을 것"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 선고

헤어지자는 배우자를 감금하고 폭행한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남성은 4차례나 가정폭력으로 이미 선처를 받은 전력이 있는 상태였다. /셔터스톡

반복되는 남편의 '폭력'에 지칠 대로 지친 A씨. 용기를 내 말을 꺼냈다.


"이제 우리 그만 살자."


하지만, 이 한마디로 A씨는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됐다.

"서서히 죽여주겠다" 창문에서 뛰어내린 피해자 쫓아가 무자비하게 폭행

남편 B씨는 아내의 "그만 살자"는 말을 듣자마자 "X팔" 욕설을 바로 내뱉었다.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A씨를 마구잡이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의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여러 차례 내려쳤다. 견디다 못한 A씨가 쓰러지자 얼굴과 몸통을 가릴 것 없이 발로 걷어찼다.


"너는 오늘 죽었다. 한 번에 죽이지 않고 서서히 죽여주겠다. 도망갈 생각하지 마라."


섬뜩한 폭언도 함께였다. 머리를 다쳐야 아무것도 못 한다며 머리를 계속 때리고,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가둬두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릇에 볼일을 보게 하며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


계속되는 폭행에 A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했지만, 입을 찢어야 한다며 A씨의 입속에 손가락을 넣어 힘껏 잡아 벌리기도 했다.


A씨는 B씨가 잠깐 담배를 피우는 사이 안방으로 도망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112에 다급하게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한 것을 알았음에도 B씨는 멈추지 않았다. 안방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간 것이다.


겁에 질린 A씨는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려 도망갔다. 하지만 1시간이 넘게 폭행당한 A씨는 뒤따라 나온 B씨에게 붙잡혔고, 그 자리에서 다시 맞았다.


B씨는 A씨의 머리를 붙잡고는 시멘트 바닥에 여러 차례 내려찍기까지 했다.


2017년부터 4번의 선처 받았지만⋯재판부, 집행유예로 풀어줘

이 사건으로 A씨는 '비골(종아리뼈)의 골절', '뇌진탕', '치아의 상세불명 파절', '망막진탕' 등 상해를 입었다. 진단명만 6개에 달한다.


이에 B씨는 '중감금치상' 혐의가 적용돼 재판을 받게 됐다. 중감금치상죄(형법 제281조)는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여 가혹한 행위를 해 상해에 이르게 했을 때 성립한다. 집안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을 '감금'으로 판단하고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을 가혹한 행위로 판단 한 것이다.


중감금치상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이 없는 무거운 범죄다.


하지만 지난 4월, 이 사건을 맡은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채대원 부장판사)의 선택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사실 재판에서 남편 B씨는 불리한 요소가 너무 많았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아내를 폭행한 사실은 물론, 지난 2017년부터 매년 '가정보호사건'으로 보호처분을 받고 있었다. A씨가 반복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가정보호사건'이란 가정폭력 등 사건에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으면, 형사처벌을 내리는 대신 보호처분을 내리는 사건을 말한다. 일종의 선처다. B씨는 2017년 1번, 2018년 2번, 2019년 1번 등 총 4번의 선처를 받았다.


재판부도 B씨의 죄질이 좋지 않은 것은 인정했다.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찧는 등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판시하면서도, 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또 한 번의 기회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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