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부모 손에 죽는 아기들
태어나자마자 부모 손에 죽는 아기들

태어나자마자 이름도 가져보지 못한 채 영문도 모르고 죽는 아이들. 이런 사건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국민적 공분을 사지만, 그때뿐이다. 이런 범죄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자주 벌어지고 있는 사건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창문 밖으로 던져서 죽였다. 사인(死因)은 두개골 골절. 목을 졸라 죽였고, 코와 입을 휴지로 막아 죽였다. 사인은 급성 질식. 그런가 하면 화장실 변기 물속에 빠트려 죽였다. 사인은 익사.
살해한 뒤엔 시신을 쇼핑백, 검정 비닐봉지,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화장실 욕조 안, 옥상 옆 계단, 공영주차장 인근 풀밭에 버렸다. 이 끔찍한 범죄들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갓 태어난 아기였고, 가해자는 이들의 부모였다는 점이다.
태어나자마자 이름도 가져보지 못한 채 영문도 모르고 죽는 아이들. 이런 사건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국민적 공분을 사지만, 그때뿐이다. 이런 범죄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자주 벌어지고 있는 사건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로톡뉴스는 '영아살해'를 키워드로 대법원에서 공개한 최근 1년 치 판결문을 모두 분석했다. 이 기간에 형법상 영아살해죄(제251조)로 처벌된 사건은 1, 2심을 포함해 총 10건이었다. 범행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거의 모든 판결문에 한 번씩 언급됐다. 이 밖에도 '연인이 임신에 대해 책임감을 보이지 않는다', '연인이 바람을 피운다', '어린 나이의 출산으로 가족에게서 책망을 듣는 게 두렵다'는 게 범행 동기로 등장했다.
피고인들 대부분은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살해했다. 범행 수법은 아기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 경우가 가장 많았다. 10건 중 5건으로 절반이었다. 판결문엔 주로 이렇게 기재됐다.
"영아를 4층 화장실 창밖에서 떨어뜨림으로써 머리뼈 골절 등 전신의 다발성(多發性⋅두 군데 이상의 신체 부위 및 장기에 외상이 발생하는 것) 손상으로 사망하게 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1.4.28-
아기의 목을 직접 졸라서 살해하거나, 화장실 휴지로 아기의 코와 입을 막아 질식하게 한 경우도 3건이나 있었다.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아기를 변기 물속에 그대로 방치해 익사하게 한 경우도 2건 있었다. 해당 사건 판결문엔 "피고인은 영아가 차가운 변기 물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그대로 방관했다"고 적혀 있었다.
두드러진 점은 처벌된 피고인의 성별이었다. 남성과 여성 중 피해자를 직접 출산한 여성이 처벌된 경우가 더 많았다. 부모가 공범으로 함께 처벌받은 경우도 있었기에 10건의 판결문에 등장한 피고인은 1·2심을 포함해 총 12명이었지만, 이들 중 여성이 8명이었다.
여성은 직접 범행을 저지른 책임(정범⋅正犯)을 졌고, 남성은 공범으로써 이를 방조(幇助⋅범죄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수월하게 만드는 모든 행위)한 책임을 졌다. 방조범은 형법(제32조⋅제55조)에 따라 해당 혐의의 법정형 절반으로 형량이 깎인다.
실제로 처벌된 한 남성은 출산 전날 여성에게 "무조건 유산해야 한다"며 "못 하겠으면 내가 해줄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출산 직후 여성이 아기를 창문 밖으로 던지려는 것을 알고도 제지하지 않았다. 대신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했다. 이럴 때 법원은 여성을 정범으로, 남성을 방조범으로 처벌했다.
구체적인 처벌 수위는 어떨까. 영아살해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살해에 이어 시신을 유기한 사건도 많았기에 가중 처벌까지 가능했다. 판결문 속 피고인 12명 모두 징역형(실형 5건·집행유예 7건)을 선고받았다. 영아를 살해한 만큼, 벌금형은 한 건도 없었다.

집행유예를 포함해 평균적인 여성의 형량은 징역 2년 4개월, 남성의 형량은 징역 1년 4개월이었다.
12명의 피고인 평균 형량은 징역 약 2년. 가장 무겁게 처벌된 경우도 징역 5년이었다. 법원이 공통으로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다'고 봤어도 그랬다.
지난해 10월 광주지법은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라며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도 예외일 수 없고, 자신의 자녀라 하더라도 그 부모가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피고인을 꾸짖었다. 지난 3월 대전지법 역시 "어린 생명이 세상의 밝은 빛을 보자마자 이 세상을 떠나게 한 피고인의 행동은 그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동종 범행 전과가 없고,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등 자주 볼 수 있는 양형 사유를 들어 선처했다. 이것 외에도 갖가지 양형 사유가 있었다. 다음과 같았다.

"아기를 양육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출산하여 극도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광주지법, 2020.10.23-
"피고인의 모친이 (영아의) 사체를 발견하고 112에 스스로 신고한 점, 이 사건 범행으로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결국 피고인 본인으로 보이는 점"
-수원지법 성남지원, 2020.9.2-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7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