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는 스토킹에도 징역 1년 6개월…이 비극, 법이 시행됐으니 끝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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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는 스토킹에도 징역 1년 6개월…이 비극, 법이 시행됐으니 끝낼 수 있을까요?

2022. 02. 10 13:15 작성2022. 02. 10 13:40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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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자가 고통을 겪은 세월은 20년이 넘었지만, 정작 가해자에게 주어진 형벌은 그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지난 1997년부터 2020년까지 한 남성에게 스토킹을 당했다. 한국을 떠나도 그의 스토킹을 끝낼 수 없었다. 피해자는 수차례 '거절'했지만 이는 힘이 없었다. 피해자가 무시하면 그 가족과 지인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가해자를 아무리 신고해도, 그는 결국 다시 A씨를 스토킹했다. 약 24년간의 괴롭힘이 끝난 건 지난 2월. 그가 감옥에 갇히면서다.


20년 넘게 괴롭힘당했지만⋯처벌은 그의 10분의 1도 안 됐다
스토킹 피해자가 고통을 겪은 세월은 20년이 넘었지만, 정작 가해자에게 주어진 형벌은 그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항소심에서 감형되면서 가해자에겐 징역 1년 6월이 선고됐다.


장기간 이뤄진 각종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량이 나올 수밖에 없던 근본적인 이유는 실제 형사 처벌이 가능한 죄목이 마땅치 않아서다. 해당 사건 가해자도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 협박과 건조물 침입, 재물손괴죄 등이 적용됐다.


만약, 앞선 사건 속 스토킹 범죄가 지난해 10월 이후에 벌어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지난 2021년 10월 21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법은 스토킹 행위를 명백한 범죄로 규정하고, 범행 초기 단계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명확히 했다.


실제로 해당 법 시행 이전에 나온 판결을 보면, 누가 봐도 심각한 스토킹 범죄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


10년간 스토킹해도, 1000번 넘게 연락해도⋯엄벌 어려웠다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에 따르면, 최근 1년(2021년 12월 기준) '스토킹 범죄'와 관련된 형사 사건은 28건. 모두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에 나온 판결들로, 스토킹 가해자를 형사 재판까지 끌고 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수치였다. 하지만 힘들게 법정에 세워도 그마저도 대부분 풀려났다. 전체 사건 중 18건(64.3%)이 벌금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일례로 10년간 피해자를 스토킹했던 사람도 벌금 200만원에 그쳤다. 피해자가 살고 있는 집 앞을 수차례 찾아갔던 B씨. 그나마 B씨가 공동 현관을 통해 주거지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주거침입' 혐의가 인정돼 형사 처벌이 가능했다.


자신보다 16살이나 어린 피해자에게 31개월간 1000번이 넘게 연락한 C씨도 집행유예였다. C씨는 피해자에게 "(형사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모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범죄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재판부도 "C씨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살인 미수 등 강력 범죄 낳아야 '실형'

그나마 실형이 선고된 사건(10건, 35.7%)은 스토킹 범죄가 살인 미수나 특수재물손괴, 총포류·폭발물 사용 같은 강력 범죄로 이어진 경우였다.


모 가게 주인을 향해 일방적인 호감을 표시하던 손님 D씨. 이를 불편하게 여긴 가게 주인이 D씨를 피하기 시작했고, 당시 종업원으로 일하던 피해자도 D씨가 가게에 찾아오면 사장님에게 전달해 주곤 했다.


이로 인해 잇따라 가게 주인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종업원인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은 D씨. 결국 집에서 식칼을 챙겨가선 피해자의 목과 배 부위를 공격했다. 피해자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건 가게 안에 있던 다른 손님이 칼을 든 D씨를 막아선 덕분이었다. D씨에겐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피해자가 만나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탄을 제조해 터뜨린 E씨도 있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피해자를 끈질기게 스토킹했던 E씨. 이를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연락처를 변경해 연락이 닿지 않자, E씨는 직접 폭발물을 만들었다. 그리곤 피해자 집 앞으로 찾아가 그 가족이 보는 앞에서 미리 준비한 폭발물을 터뜨렸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가해자였지만, 큰 사고의 위험이 분명히 존재했다. 이에 법원은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혼한 아내를 스토킹하며 괴롭힌 F씨의 범죄 역시 실형이 불가피한 정도였다. F씨는 흥신소 이용해 피해자가 사는 곳을 찾아내고, 불법으로 전기 충격기까지 준비한 뒤 납치를 시도했다. 강제로 끌려가던 피해자가 가까스로 도망치며 화를 면했는데, 재판부조차 "최악의 경우 피해자 생명에 큰 위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런 F씨조차 징역 3년에 그쳤다. 총포류인 전기 충격기 등을 불법으로 소지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체포·협박미수를 줄줄이 저지르고도 그랬다.


22년 만에 빛 본 스토킹처벌법, 흐지부지 끝나지 않으려면
그동안 다른 형사 처벌 조항을 적용해 스토킹 범죄를 우회 처벌해야 했던 판결들. 누군가 크게 다치는 강력 범죄가 벌어지고서야 겨우 나온 실형 선고. 이 모든 일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과거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새로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범죄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기로 했다(제18조 제1항). 흉기 등을 가지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제18조 제2항).


스토킹처벌법은 지난 1999년 국회에서 처음 논의를 시작해, 20년 넘게 법안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제15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발의된 법안만 12개다.


오랜 논의 끝에 어렵게 통과된 만큼, 스토킹처벌법에 기대하는 역할이 크다. 최소한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피해자가 죽음의 공포에 내몰린 뒤에야 가해자를 뒷북 처벌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31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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