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믿고 전화번호 줬다가 4천만원 빚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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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믿고 전화번호 줬다가 4천만원 빚더미

2026. 02. 05 12:2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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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전화야" 한 마디에 4천만원 대출 실행

보이스피싱 공범일까, 또 다른 피해자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믿었던 지인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줬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4,000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페이스북 대환대출 광고에 속은 지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연결책이 되면서 벌어진 비극이다.


가족들은 배신감에 지인을 ‘공범’으로 고소하고 싶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고의’ 입증이 어려워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나, 피해자 본인의 과실도 커 전액 배상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소와 배상, 그 복잡한 갈림길에 선 한 가족의 사연을 들여다본다.


"전화 한 통만 받아줘"… 4천만원 빚더미의 시작

사건의 발단은 어머니의 지인이 페이스북에서 본 '2.9% 저금리 대환대출' 광고였다. 지인은 광고에 속아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통화했고, 조직원은 "아는 사람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지인은 어머니에게 "전화 한 번 받아달라, 번호 줘도 되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알겠다"고 답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곧이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보이스피싱범은 신분증, 카드번호, 비밀번호까지 교묘하게 빼내 갔다.


그 결과 어머니 명의로 4,000만 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어머니는 이 돈이 자신의 대출금인지도 모른 채, "남의 돈이니 보내달라"는 지인의 말에 따라 4,000만 원 전액을 송금했다.


지인은 이 중 3,400만 원을 보이스피싱범에게 넘기고 600만 원을 남겨뒀다. 며칠 뒤 모든 것이 사기임을 깨달은 지인은 600만 원을 돌려주며 사과했지만, 이미 빚과 이자는 고스란히 어머니의 몫으로 남은 뒤였다.


괘씸한 지인, '공범'으로 처벌 가능할까?

가족들은 지인의 행동에 분통을 터뜨린다. 명백한 범죄의 '연결고리'가 됐고, 심지어 600만 원을 잠시나마 챙기기까지 했으니 공범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형사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형사 책임의 핵심은 '고의'인데, 지인 역시 사기에 속은 또 다른 피해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찬 변호사는 "사기·보이스피싱의 공범이나 방조가 성립하려면, 범죄임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돕거나 용인한 정황이 필요하다"며 "질문 내용상 지인은 범죄 구조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락처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600만 원을 일시 보유한 부분에 대해서도 "인지 즉시 반환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로챌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지인이 참고인이나 피해자로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김일권 변호사는 "지인이 피싱 사기꾼에게 어머니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은 형사처벌 할 수 있다"며 "지인이 4,000만원 대출금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다른 시각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형사처벌 어렵다면 돈은? '민사 책임'과 '과실상계'의 벽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해서 지인의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지인이 비정상적인 대출 과정에 어머니를 끌어들인 행위에 법적 '과실(부주의)'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과실상계'의 원칙이다. 이재현 변호사는 "법원은 어머니께서 직접 신분증과 비밀번호를 타인(범인)에게 넘겨준 행위를 중대한 과실로 본다"며 이 때문에 지인의 책임 비율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홍윤석 변호사 역시 "어머님께서 직접 금융정보를 제공하신 점은 큰 과실로 인정되어 배상 금액이 상당히 감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송을 통해 지인에게 책임을 묻더라도, 피해액 전액을 돌려받기는 힘든 구조인 셈이다.


"고소보다 합의가 현실적"… 최선의 해법은?

그렇다면 가족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감정적인 형사 고소나 불확실한 민사 소송보다는, 현재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인과 '합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피해 회복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재현 변호사는 "지인이 '피해 변제를 돕겠다'고 할 때, 구두 약속만 믿지 마시고 '공증'이나 '지불각서'를 받아두는 것이 피해를 복구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홍윤석 변호사 또한 "구체적인 변제 금액과 시기를 정해 합의서(공증)를 작성하여 실질적인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섣불리 지인을 고소해 적으로 돌리기보다, 그의 협조를 얻어 보이스피싱 주범을 잡고 피해 변제 약속을 문서로 확보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더 실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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