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으로 끝난 줄 알았던 '명문대 악마 선배' 사건, 민사에서 또 다른 범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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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년으로 끝난 줄 알았던 '명문대 악마 선배' 사건, 민사에서 또 다른 범죄 드러나

2020. 12. 15 15:14 작성2020. 12. 15 15: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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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jung@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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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후배에게 가혹행위 한 대학원 선배 사건⋯가해자 징역 3년 실형

그 이후 이어진 민사소송⋯재판부 "약 1억 3000만원 배상하라"

민사 판결문에서 밝혀진 또 다른 범죄 행위들⋯연구소 운영 명목으로 돈 뜯어 가기도

지난 2016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문대 악마 선배' 사건. 가혹행위를 일삼았던 선배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2019년 이와 관련된 민사 소송의 결과도 나왔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2016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가 있다. 일명 '명문대 악마 선배' 사건으로, 대학원 선배가 3년에 걸쳐 한 후배를 끔찍하게 괴롭힌 사건이었다.


주먹으로 때리는 건 기본. 골프채로 상습 폭행하고,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집어넣게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이어갔다. 심지어는 변기 물을 마시게 하고, 이를 영상통화로 인증하게 하기도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이 사건은 가해자(대학원 선배)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때가 2017년 1월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또 하나의 관련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제37민사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피고는 A씨에게 1억 2192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자신이 저지른 가혹행위에 대해 "금전적으로도 책임지라"는 판결이었다. 덧붙여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도 상세히 정리돼있었다.


두려움과 자신의 꿈 때문에⋯끝까지 신고하지 못했던 피해자

사건은 지난 2009년으로 올라간다. A씨와 선배 B씨는 한 대학에서 같은 수업을 들으며 친해졌다. 3년 뒤 A씨가 B씨가 다니던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더욱 친해졌다. 그러나 그 친밀감은 곧 A씨를 옭아맬 덫이 됐다.


처음은 폭행이었다. B씨는 A씨 논문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화장실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이후 A씨는 '깜빡' 졸았다는 이유로, B씨의 지도교수 일을 "A씨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 맞았다. B씨는 자신의 업무를 떠넘기고는 A씨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이런 폭력은 3년 동안 계속됐는데, 그 수위가 점점 심해졌다.


선배 B씨는 A씨에게 '분 단위'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도록 강요했다. 이를 어기면 폭력을 쏟아냈다. /YTN 뉴스 캡처
선배 B씨는 A씨에게 '분 단위'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도록 강요했다. 이를 어기면 폭력을 쏟아냈다. 당시 이를 보도한 뉴스 화면. /YTN 뉴스 캡처


선배 B씨는 폭행 도구로 골프채를 들기도 했다. 폭행이 거듭되자 B씨는 A씨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고, 곧 거역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지시 해도 A씨는 그대로 따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〇〇〇(A씨 이름)은 개XX입니다"라고 외치며 A씨는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는 변기 물까지 퍼마셨다. 그리고 이를 B씨는 영상통화로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A씨가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킨 일이었다. B씨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분 단위'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도록 했다. 위치 보고는 물론, 식사를 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B씨가 자신의 일을 시키고는 A씨가 도중에 졸지 못하도록 5분마다 확인 메시지를 보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잠에 못이긴 A씨가 졸다가 B씨가 정한 보고 시간을 맞추지 못했을 땐, A씨는 여지없이 변기에 머리를 박아야했다.


A씨가 반항하지 못했던 이유는 B씨의 배경도 한몫했다. A씨의 꿈은 대학교수였는데, 선배 B씨의 아버지가 수도권 한 대학의 교수였다. A씨가 수사기관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B씨는 "아버지를 이어 교수가 되면 (널) 잘 봐주겠다"고 달랬다고 했다. A씨는 "이런 이유들이 중첩돼 B씨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일상생활까지 통제하려 했다" 1심⋅2심 재판부, 징역 3년

상습상해 및 강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지난 2017년 1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사랑 판사는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심리적 종속'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B씨와 검찰 양측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4개월 뒤 열린 항소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50형사부(재판장 신광렬 부장판사)도 "B씨는 피해자를 가혹하게 폭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마음대로 통제하려고 했다"며 "피해자가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3년을 유지했다.


가혹행위뿐만 아니라 자기 지도교수를 위한 꽃값까지 내게 했다

이후 A씨는 선배 B씨에게 "총 2억 4000만원을 보상하라"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이 건은 서울중앙지법 제31민사부(재판장 조미옥 부장판사)가 맡았다.


A씨는 선배에게 가혹행위뿐만 아니라 수천만원이 넘는 돈을 갈취당하기도 했다. 법원이 A씨에게 배상하라고 결정한 금액.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A씨는 선배에게 가혹행위뿐만 아니라 수천만원이 넘는 돈을 갈취당하기도 했다. 법원이 A씨에게 배상하라고 결정한 금액.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이 소송은 단순히 3년간의 폭행을 보상해달라는 '위자료'가 아니었다. 선배 B씨가 갈취한 A씨의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도 포함된 소송이었다.


판결문에서 인정한 갈취 금액은 약 7600만원. 재판부는 B씨에게 주식투자금과 별도 연구소 운영비용으로 가져간 4400만원과 29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덧붙여 꽃값 등 B씨의 지도교수를 위해 사용했던 170만원과 B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100여만원도 인정됐다.


여기에 B씨의 가혹행위로 발생한 수술비와 치료비 등도 인정됐다. B씨 측은 "가혹행위로 인한 치료가 아니라, A씨가 앓던 기존 질환을 위해 사용한 비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존 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B씨의 가혹행위로 A씨의 기존 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향후 있을 치료비까지 약 1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가 애초에 청구했던 금액보다 400만원 정도가 깎였지만, 대부분 인정해줬다.


더불어 수년간 받아왔던 정신적 고통도 손해배상 산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가혹행위로 인해 A씨가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20대 후반의 중요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지 못했다"며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A씨에겐 위자료 3000만원, A씨 부모와 형에겐 각각 500만원과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1심에선 1억 1000만원 → 2심에서는 1억 2000만원 손해배상 인정

B씨 측은 민사소송에서도 항소했다. 하지만 오히려 A씨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늘어났다. 1심에서 깎였던 치료비 400만원까지 B씨가 A씨에게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서울고법 제37민사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피고는 A씨에게 1억 2192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1심에서 A씨 부모(각 500만원씩)와 형(300만원)에게 인정됐던 위자료 역시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가해자인 B씨는 결국 A씨와 그의 가족에게 총 1억 3400여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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