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진 빚, 부부니까 책임은 무조건 같이?⋯그렇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진 빚, 부부니까 책임은 무조건 같이?⋯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832조에 따라 '채무 연대책임' 있지만
공동 생활비 목적이 아닌 경우 쉽게 인정 안 돼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내 배우자가 빌린 돈은 무조건 함께 갚아야 하는 걸까?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다. /셔터스톡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내 배우자가 빌린 돈은 무조건 나도 함께 갚아야 할까? "가족 사이에 내 돈, 네 돈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률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지고, 어떤 경우에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걸까.
사례 1.
A씨는 아내 때문에 고소를 당했다. 아내가 A씨 명의로 구매한 아파트 분양금을 내겠다며 지인에게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을 갚겠다고 약속한 날짜가 지나자 소장을 받은 것이다.
사례 2.
B씨도 부인이 빌린 돈 때문에 고소장을 받게 됐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B씨 부인이 "사업에 돈이 필요하다"며 빌려온 돈을 갚지 않자 "남편이 대신 갚으라"며 고소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아내들이 빌린 돈을 함께 갚을 법적 의무가 있을까?
법원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 다르게 판단했다. A씨는 아내가 빌린 돈을 같이 갚을 의무가 있다고 봤지만, B씨는 대신 갚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두 사람의 행위에는 어떤 법률적인 차이가 있어 각자의 배우자에게 다른 결정이 내려진 걸까.
우리 법은 부부 사이의 재산에 대해 '부부 별산제'의 원칙을 따른다. 민법 제830조, 제831조에 나와 있는 부부 별산제는 혼인 전 본인의 자산, 혼인 후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렇지만 돈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책임을 함께 짊어지우기도 한다.
우리 법에서는 같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 자녀 양육비 등 '일상의 가사'를 유지하는 데 생긴 비용과 빚은 부부가 함께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는 민법 제832조에 나와 있는 '가사로 인한 채무 연대책임' 조항이다.
이때 부부 중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일상의 가사에 관련해 다른 사람과 금전 등의 계약을 맺을 경우라도, 다른 쪽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일상가사대리권'이라고 말한다.
일상가사대리권의 영역이라면 부부가 함께 갚아야 하고, 아니라면 갚지 않아도 된다
일상가사대리권은 보통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함께 거주하는 생활 공간을 구입하는 경우나 생활비를 쓴 경우 등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A씨 사례의 경우, A씨 부부가 구매한 아파트는 가족이 함께 거주할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일상가사대리권이 존재한다고 법원은 봤다. 이 점 때문에 A씨는 함께 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
반면 B씨 사건에서 대법원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B씨 부인이 돈을 빌린 건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였고, 그 사유는 '본인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함이지 공동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B씨의 아내는 빌린 돈으로 100평이 넘는 초대형 아파트를 샀는데, 이것이 '일상가사대리권'을 인정하지 않는 근거가 됐다. 이 정도 크기의 집은 가족들이 함께 살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가족들에게 필수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일상의 가사에 속하겠지만, B씨가 구매한 대규모 주택과 아파트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