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제나' 사태로 본 법적 쟁점…시나리오 작가 퇴사·AI·혐오 심볼 책임은?
'카제나' 사태로 본 법적 쟁점…시나리오 작가 퇴사·AI·혐오 심볼 책임은?
김형석 디렉터 "모든 것은 제 책임" 발언
'사실상 해고' 및 '직장 내 괴롭힘' 소송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1일 21시에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발언하는 김형석 디렉터 모습.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유튜브 캡처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가 출시 직후부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완성도 미흡 비판과 함께 시나리오 작가 집단 퇴사 의혹, AI 일러스트 사용 및 남성 혐오 심볼 삽입 의혹 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했다.
이에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의 김형석 대표(총괄 디렉터)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모든 것은 제 책임"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은 복잡한 법적 쟁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작가 집단 퇴사, 자진 사퇴인가 사실상 해고인가
'카제나' 사태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연이은 퇴사 의혹이다.
김형석 디렉터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강도 높은 개발 강행과 막바지 시나리오의 리뉴얼을 4~5회 진행하면서 시나리오 팀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본인의 "지나친 개입과 제작 강행"이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자진 퇴사가 아닌 사실상 해고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사용자가 근로 환경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시켜 근로자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만약 디렉터의 "지나친 개입"이나 "강도 높은 개발 강행"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되면, 이는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악화됐다면 회사가 '안전배려의무'(산업안전보건법 제5조)를 위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근로자가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고 판단하면,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28조). 이와 별개로 정신적 고통이나 임금 손실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김 디렉터는 "내부 정치 이슈보다는 나의 책임"이라며 사내 정치 의혹은 부인했다. 하지만 만약 특정 사상이나 신념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차별 대우했다면, 이는 '균등대우'(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소지도 있다.
AI 일러스트 의혹, 창작인가 저작권 침해인가
게임 이용자들은 일부 일러스트가 AI에 의해 제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디렉터는 "만약 AI를 사용했거나 론칭 시에 적용했다면 그 진실이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부인했다.
AI 그래픽 활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저작권법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저작물의 성립 여부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정의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호).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인간의 창작물이 아니므로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다.
다만, AI를 도구로 사용하되 인간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거나 결과물을 창작적으로 수정했다면 인간의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다.
둘째,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문제다. AI가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학습한 데이터에 타인의 저작물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면, 이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카제나'가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 문제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만약 의혹이 사실이고 학습 데이터에 문제가 있었다면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혐오 심볼 의혹, 명예훼손 또는 모욕 가능성
"숨겨져 있는 남성 혐오 심볼 의혹" 역시 법적 책임 소재를 따져볼 수 있다. 김 디렉터는 "특정 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부인하면서도, "의구심이 들게 하는 요소들을 전부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매체에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상징을 삽입할 경우,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또는 모욕죄(형법 제311조) 성립이 거론된다.
하지만, 두 범죄 모두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 단순히 '남성'이라는 거대 집단을 향한 상징만으로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범죄 성립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인종, 성별 등을 이유로 한 혐오 표현에 대해, 특정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해한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결(대법원 2017도19229 판결)을 내놓고 있다. '카제나'의 심볼 의혹이 이러한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디렉터의 사과, '책임 인정'의 법적 무게
김형석 디렉터가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행위는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디렉터가 개발사의 대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발언은 법적 분쟁 시 매우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만약 퇴사한 시나리오 작가들이 '사실상 해고'나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디렉터의 공개 사과는 사용자의 과실을 스스로 인정한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는 피해자 측의 입증 책임을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형사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이 감형 요소로 고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 관련법 위반 혐의가 문제 될 경우, "지나친 개입"이나 "강도 높은 개발 강행"을 시인한 발언은 오히려 고의나 과실을 입증하는 데 사용될 수 있어 사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