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나왔던 '회삿돈으로 슈퍼카 산 사장님' 기사, 올해도 잊지 않고 또 나왔다
작년에 나왔던 '회삿돈으로 슈퍼카 산 사장님' 기사, 올해도 잊지 않고 또 나왔다
회삿돈으로 '슈퍼카', '강남 아파트' 사들이다 적발된 사장님들
국세청 "세무조사 들어간다" 칼 빼 들었지만⋯지난해, 지지난해에도 칼은 빼 들었었다
같은 문제 반복되는 이유⋯ 변호사들 "처벌 자체도 어렵고, 처벌된다고 하더라도 솜방망이"

국세청 임광현 조사국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법인 명의 고가 '슈퍼카'를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대재산가 24명 세무조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삿돈 102억으로 '슈퍼카', 80억으로 '강남 아파트' 사들인 오너가(家) 적발!"
어디서 많이 본듯한 기사 레퍼토리다. 내용도 비슷하다. "법인카드로 호화 생활을 누리던 오너 일가가 국세청에 덜미를 붙잡혔다"는 것. 이런 류의 기사는 지난해, 지지난해에도 똑같이 보도됐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일 때마다 비슷한 기사가 쏟아진다.
어째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걸까. 사실 적발 당시에는 세간이 떠들썩하지만, 이후 이들이 "강하게 처벌받았다"는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도 별다른 제재가 뒤따르지 않아서인 걸까.
로톡뉴스는 재산범죄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에게 물어봤다. 변호사들은 "현재 드러난 정도로는 이번에 적발된 이들을 처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처벌된다고 하더라도, 횡령 금액이나 적게 낸 세금을 납부하면 '피해가 회복되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는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지난 8일. 국세청은 "평균 재산 1500억원대인 재산가 24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선포했다. 이들이 회삿돈을 개인 용도로 쓰는 등 세금탈루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24명 중 9명은 법인 명의로 총 102억원 상당의 슈퍼카를 굴리고 있었다. 많게는 1명이 7대를 보유했다. 같은 방법으로 강남의 80억원대 아파트를 사들인 경우도 있었고, 실제 회사에 근무하지 않은 일가족을 근무한 것처럼 꾸며 평균 21억원의 급여를 받아가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날 "(슈퍼카 등을) 법인이 구입비와 유지비를 대고, 오너 일가가 사용하는 건 명백한 탈세"라며 "향후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러 해당 비용을 법인소득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 대상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의외로 "이번에 적발된 이들을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드러난 정도로는,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넘었다고 보기 어렵고, 입증 자체도 까다롭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률 자문

①조세범 처벌법상 '사기 또는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관련 조항은 조세범 처벌법 제3조다. "①사기 또는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통해 세금을 포탈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김영진 법률사무소'의 김영진 변호사는 "법인 명의로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한 경우나, 임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지급한 경우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이 법에서 말하는 '사기 또는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이중장부 작성, 장부와 기록의 파기, 거래 조작이나 은폐 등"을 의미한다. "세금 부과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여야 하는데,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장부를 조작한 것도 아니고, 거짓으로 기장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서약의 신성현 변호사도 "조세 포탈은 현재 언론에 보도된 몇 가지 사실들만 가지고는 섣불리 처벌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실제로는 '사기 또는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대한 여부가 첨예하게 다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②관련 정황 있다고 하더라도, '고의' 입증이 까다롭다
게다가 변호사들은 "조세 포탈의 '고의'에 대한 혐의 역시 입증이 까다롭다"고 했다.
신성현 변호사는 "관련 정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의 등에 대한 입증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고,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권단 변호사도 "(국세청도) 고의성이 강하지 않다면 형사 고발까지는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국세청 보도자료를 보면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보이지만, 정확히는 "조사 과정에서 증빙 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라는 조건이 달려있다.
일부러 거짓 장부를 작성하거나, 허위로 회계 처리를 한 점이 밝혀지면 처벌 대상이 맞지만, 그게 아니라 단순히 세법상 해야 하는 신고를 빠트린 정도라면 "형사처벌까지는 어렵다"는 말이다.
권 변호사는 "(확실한 위법행위가 되려면) 실제 회계와 비용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등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기본적으로 세금 징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했다. 형사처벌을 위한 세무조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처벌 자체도 어렵고, 처벌된다고 하더라도 무거운 처벌을 피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권단 변호사는 "국세청의 고발을 통해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횡령한 금액 또는 포탈한 세금을 전부 납부하면 처벌은 집행유예 정도가 나온다"고 했다. "피해자인 회사 또는 과세 당국의 피해가 회복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성현 변호사 역시 "사건 자체가 유죄 인정을 위한 입증이 매우 어렵다"며 "(게다가) 대부분 유명 기업 인사들이라 관련 법적 대응이 치밀하기 때문에 무거운 처벌을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