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통매음 무혐의 사례로 본 성립 요건, 욕설도 성범죄?
롤 통매음 무혐의 사례로 본 성립 요건, 욕설도 성범죄?
일면식 없는 유저 간 발생한 게임 내 다툼
법원이 '성적 욕망' 없다고 판단한 명확한 기준

게임 내 단순 다툼에서 비롯된 성적 욕설은 가해자의 직접적인 성적 욕망 충족 목적이 입증되지 않는 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일관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를 하던 중 우연히 같은 팀으로 만난 유저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의 이름, 성별, 나이 등 인적사항을 전혀 모르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평범하게 시작된 게임이었지만, 플레이 방식과 태도에 불만을 품으면서 유저들 간에 거친 다툼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화를 참지 못한 한 유저가 채팅창을 통해 상대방의 어머니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수위 높은 발언을 전송했다. 또 다른 유사한 사건에서는 음성채팅 프로그램 메시지로 성적인 단어가 노골적으로 섞인 심한 욕설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두 사건 모두 상호 간에 성적인 대화가 오가던 상황은 전혀 아니었고, 오직 게임 승패와 플레이 방식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성적인 욕설을 뱉은 이들은 결국 상대방에게 고소를 당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이하 통매음) 혐의로 기소됐다. 단순한 게임 내 말다툼이 하루아침에 무거운 성범죄 사건으로 비화된 것이다.
심지어 가족을 비하한 첫 번째 사례의 경우 1심 재판부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며, 해당 유저는 평생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기에 처했다.
범죄자 전락 막은 항소심의 반전, 유무죄를 가른 결정적 기준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유무죄의 결과를 뒤바꾼 결정적인 단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그리고 범행의 '동기와 경위'에 있었다.
수원지방법원(2024. 5. 31. 선고 2023노3920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족을 비하한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 사이로 실제 인적사항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오직 게임 중 다투게 되어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해당 글이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성적 욕망이 개입되었다기보다는,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고 상대방에게 모욕감이나 분노감을 유발하여 통쾌함을 느끼려는 목적이 훨씬 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확인한 핵심 요건, "분노 표출용 욕설은 성범죄 아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객관적 요건 외에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2023. 10. 13. 선고 2023고정453 판결) 역시 심한 욕설 메시지를 보낸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 점을 명확히 했다.
일반적인 욕설이나 비속어에 성과 관련된 표현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사용해 상대방을 조롱하고 통쾌함을 느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법에서 말하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법리적 해석이다.
대법원(2023. 8. 31. 선고 2022도14887 판결) 또한 이와 유사하게 롤 게임 중 같은 팀원이나 그 가족을 성적으로 비하한 메시지를 전송한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형사재판에서 범죄의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가해자의 목적이 성적 욕망 충족에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굳건히 한 것이다.
억울한 고소 방어전, 결국 객관적 증거 수집이 생명
이러한 일련의 판례들은 게임 내에서 성적인 표현이 포함된 욕설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조건 범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시사한다. 단순한 분노 표출 목적의 일회성 발언이었음을 법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무죄 방어의 핵심이다.
따라서 억울하게 고소를 당했다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게임 내에서 우연히 만났을 뿐 서로의 인적사항을 몰랐다는 것을 증명할 게임 매칭 기록이나 전적 검색 기록을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
또한, 다툼이 발생한 경위를 보여주는 전체 채팅 로그를 통해 당시 성적인 대화가 전혀 오가지 않았으며, 오로지 게임 플레이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감정적 반응이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