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녀 대신 싫어하는 직원 '염미정'으로 저장…'나의 해방일지' 팀장 책임은?
불륜녀 대신 싫어하는 직원 '염미정'으로 저장…'나의 해방일지' 팀장 책임은?
엉뚱한 직원 '불륜 의심' 받게 만든 팀장…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을 검토해봤다

자신의 불륜 사실을 감추기 위해 평소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엉뚱한 직원 이름으로 휴대전화에 저장한 팀장. 이 일로 인해 해당 직원은 의심을 받고,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렸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네이버tv '나의 해방일지' 캡처
팀장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계약직 직원 염미정. 어느 날, 팀장의 아내에게 '불륜녀'로 의심받는 전화를 받았다. 또한 사내에는 "(염미정이 팀장과의 관계를 이용해) 정규직이 되려고 용쓴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염미정은 늘 자신을 못 마땅해하는 팀장과 불륜 사이일 리 없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사실 팀장은 다른 사내 여직원과 부적절한 만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휴대전화에 불륜 상대의 이름 대신 평소 자신이 싫어하는 '염미정'으로 저장해놨던 것. 이후 염미정은 불륜 의혹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이 사건은 엉뚱하게도 그의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지난 22일 방영된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다룬 내용이다. 불륜을 숨기려는 팀장 때문에 곤욕을 치른 염미정.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먼저,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검토해봤다. 우리 형법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摘示⋅짚어서 보여주는 일)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제307조).
드라마 속 팀장은 휴대전화에 불륜 상대 이름을 '염미정'이라고 허위로 저장했다. 그로 인해 염미정이 팀장 아내에게 불륜 상대로 오해 받고, 사내에선 악성 소문에 휩싸였으니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아닐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해당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법무법인 수안의 김의인 변호사는 이 사안의 경우 명예훼손죄의 기본 구성요건인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연성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단지 개인 휴대전화에 불륜 상대의 이름을 염미정으로 저장한 것만으로는 공연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이어 "팀장이 '염미정과 만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도 "이름만 저장한 것만으로는 죄를 묻기 어렵다"며 "팀장이 염미정과 불륜 관계인 것처럼 타인에게 말하는 등의 행위가 있는 경우라면, 명예훼손이 고려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상사인 팀장이 부하 직원 염미정의 이름을 마음대로 불륜 상대인 것처럼 저장했고, 그로 인해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도 검토됐지만 이 역시 적용하기 어려웠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 등을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제76조의2). 이에 대해 김경태 변호사는 "팀장의 행동은 업무 관련성이 없고, 상사라는 지위를 이용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김의인 변호사는 "팀장의 행동으로 인해 사내에서 불륜으로 의심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아 손해가 발생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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