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내 알몸이 구글맵에 '박제'됐다면?… 한국 법원 판결은 어떨까
맙소사, 내 알몸이 구글맵에 '박제'됐다면?… 한국 법원 판결은 어떨까
2m 담벼락 너머 찍힌 나체 사진 찍혀

23일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건물 앞 로고. /연합뉴스
내 집 마당에서 벌거벗고 쉬던 모습이 구글 스트리트뷰에 찍혀 전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된 남성이 결국 소송에서 이겼다.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자동화된 촬영 시스템이 개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사건은 2017년 아르헨티나의 한 소도시에서 발생했다. 경찰관인 A씨는 높이 2m의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자택 마당에서 나체 상태로 있었다. 하필 그때 구글 스트리트뷰 촬영 차량이 지나갔고, 담벼락 너머 A씨의 뒷모습이 엉덩이까지 고스란히 찍혔다. 이 사진에는 A씨의 집 주소와 거리명까지 명확히 노출됐다.
사진이 공개되자 A씨의 삶은 무너졌다. 직장 동료와 이웃들은 그를 조롱했고, 현지 방송까지 타면서 사진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A씨는 "명백한 인격권 침해"라며 구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자택 정원에서 부적절한 상태로 있었던 건 본인 책임"이라며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공공장소가 아닌, 평균 키를 넘는 울타리 너머의 자택에서 촬영된 이미지"라며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구글이 평소 사람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을 흐리게 처리해온 점을 지적하며 "이는 구글 스스로 개인정보 보호 책임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판단, 1만 3000달러(약 1,8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자동 촬영'이라는 구글의 방패, 한국 법원에서도 통할까
이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더라도 구글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핵심 쟁점은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여부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한다. 대법원 판례는 이를 근거로 동의 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촬영하고 공표하는 행위를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자택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촬영이 이뤄졌다는 점은 구글에 매우 불리한 요소다.
담벼락이 2m 높이였다는 것은 외부 노출을 차단하려는 피해자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를 넘어 촬영하고, 심지어 주소까지 식별 가능하게 공개한 것은 위법성이 매우 크다.
구글 측은 "스트리트뷰는 기계가 자동 촬영하는 시스템일 뿐, 특정인을 노린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면책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
자동화 시스템이라도 그 운영 주체는 명백히 구글이며 시스템으로 인해 타인의 권리가 침해됐다면 운영자가 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구글이 얼굴·번호판 자동 블러 기술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체 등 민감한 정보 역시 사전에 필터링할 기술적 의무가 있음을 방증한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수천만 원 인정 가능
만약 한국에서 소송이 진행됐다면 손해배상액은 어느 정도로 책정될까. 우리 법원은 인격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다.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됐고, 피해자가 직장과 공동체에서 조롱거리가 되는 등 2차 피해까지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만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다.
내 집 마당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의 모습이 동의 없이 촬영·유포된 것은 한국 법체계에서도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기계가 찍었다'는 항변만으로 거대 IT 기업 구글이 법적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