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상은 우리를 혐오하나요" 5·18 조롱에 병드는 광주 학생들…교육 의무는 겉돈다
"왜 세상은 우리를 혐오하나요" 5·18 조롱에 병드는 광주 학생들…교육 의무는 겉돈다
온라인에 범람하는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
광주 학생 노출 빈도 전국 평균 압도해

광주 지역 학생들이 온라인상 지역 비하와 5·18 역사 왜곡 표현에 전국 평균보다 더 자주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세상이 우리를 혐오하나요."
온라인상에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지역 비하와 5·18 역사 왜곡 표현에 무방비로 노출된 광주 지역 학생들의 호소가 깊은 무력감으로 번지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교육청은 민주시민 교육을 실시할 법적 의무가 있지만, 현실은 수치 채우기식 행정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따르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역사 왜곡 표현 인식 조사' 결과 광주 지역 학생(215명)들의 혐오 표현 노출 빈도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압도한 노출 빈도…한 번 클릭하면 계속 뜬다
최근 1년 내 유튜브나 SNS에서 지역 비하 및 조롱 표현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국 평균이 47.7%인 반면, 광주는 65%에 달했다.
역사적 사건이나 희생자를 조롱하는 표현을 접한 비율 역시 전국 평균은 46.48%였으나 광주는 57%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광주·전라도 관련 해시태그 영상을 한두 번 클릭하면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한 혐오 영상이 지속해서 노출되는 구조적 원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랑스러운 역사인데 왜 피로가 되나"…학생들 정체성까지 흔들려
문제는 이러한 혐오 표현 누적이 학생들의 정체성 혼란과 심리적 상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날 방송에 인용된 백성동 전교조 광주지부 대변인(초등학교 교사)은 "학생들이 학교보다는 SNS에서 접하는 정보가 많다 보니 오히려 혼란을 겪기도 하고, 본인들의 정체성 혼란이 무력감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백 대변인은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비하하고 조롱하는 걸 보니까 너무 힘들고 못 듣겠다고 한다"며 "5·18이 자랑스럽게 상속된 재산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꾸 논란이 되고 불편해서 피로감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혐오 세력은 '혐오 뜻이 아니었다'고 변명할지라도, 피해 당사자가 모멸감과 상처를 받는다면 명백한 혐오 폭력에 해당한다는 점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법은 '교육 의무'를 말하는데…현장은 실적만 남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교육 당국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관련 특별법(제346조)은 5·18 민주화 운동 등 의로운 역사를 계승하는 민주시민 교육을 교육감의 법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이러한 교육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백 대변인은 "그동안 공교육이 했던 것은 '우리 몇 건 했어요', '교육 얼마나 하고 있어요' 식의 양적인 내용이었다"며 "교육청이 관련 자료 작성이나 체험학습 실시 여부 등 실적 중심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외형적인 실적보다 내실 있는 교육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 절반 가까이는 혐오 표현을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보는 수업"을 꼽았다.
침묵과 용서를 강요당하거나 방어적인 태도에 머무는 대신, 부당한 혐오에 논리적으로 맞서고 상처를 드러내어 치유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