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있는데 뒤에서 '쾅'⋯스키장에서 사고 났을 때 합의하는 방법
쉬고 있는데 뒤에서 '쾅'⋯스키장에서 사고 났을 때 합의하는 방법
뒤따라오던 스노보더에 들이받혀⋯합의금 요구하자 "사고에 당신 책임도 있다"
변호사들이 본 사고 과실 비율과 합의 방법은?

슬로프 중턱 가장자리에서 쉬던 중 뒤따라 내려오던 스노보더에게 들이받힌 A씨. 이런 경우 과실 비율은 몇 대 몇일까? /게티이미지코리아
1년 내내 '스키 시즌'만 기다렸던 A씨는 스키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슬로프 중턱 가장자리에서 숨을 고르던 중, 뒤따라 내려오던 스노보더에게 들이받혔다. 이 사고로 A씨는 응급실에 실려 갔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전치 3주의 뇌진탕 진단이 나왔다. 목 부위 통증도 심각하다.
치료비는 보험으로 처리했지만, 사고를 낸 스노보더에게 합의금을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스노보더는 이 금액도 과하다고 맞섰다. '슬로프에 서 있던 당신 책임도 있다'는 주장이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법률사무소 명재 김연수 변호사는 "사고를 낸 스노보더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밝혔다. "스키장에서 슬로프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변호사는 "A씨는 다른 스노보더가 자신을 피해갈 것이라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돌 사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는 A씨보다 스노보더에게 주로 있다는 취지였다.
김 변호사는 이어 "A씨의 과실 비율은 10~20% 정도인 반면, A씨를 들이받은 스노보더는 80~90%로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서울동부지법은 비슷한 사건에서 "사고를 낸 쪽에 8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스키장에서 슬로프를 이용하는 경우 전방을 잘 주시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게을리한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합의금에 대해 김 변호사는 "A씨의 나이, 직업, 소득, 생활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겠지만 150만원은 적정하거나, 조금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그래도 사고를 낸 스노보더가 합의를 미룬다면 상대방을 형사고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저스트의 김원석 변호사는 "과실치상죄로 고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연수 변호사도 "이 사고로 A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으니 충분히 과실치상죄로 인정될 것"이라고 봤다.
과실치상죄는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성립하는 죄를 말한다. 실수라도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우리 법의 입장이다. 과실치상죄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다만 과실치상죄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로서 고소를 하더라도, 이후 합의를 통해 A씨가 스노보더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처벌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도 “형사 소송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보라”고 조언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