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대보증 폐지 방침 믿었다간 낭패… 법적 책임 피할 수 없는 이유
정부의 연대보증 폐지 방침 믿었다간 낭패… 법적 책임 피할 수 없는 이유
주채무자 대신 보증인에게 먼저 전액 청구 가능해
서명 도용 등 성립 하자 입증해야 책임 면할 수 있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최근 주요 하급심 및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주채무자의 채무 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채권자가 주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집행을 시도하지 않고 곧바로 연대보증인에게 채무 전액의 상환을 청구하여 발생한 법적 분쟁이 다수 확인된다.
청구서를 받은 연대보증인들은 공통적으로 주채무자에게 먼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며 이행을 거절했다.
나아가 금융당국의 연대보증 전면 폐지 정책에 따라 자신의 보증 책임도 소멸했다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동의 없이 채무 상환 기한이 연장되었으니 계약이 무효라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보증인들의 항변을 대부분 배척하고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지웠다.

빌린 사람 놔두고 보증인부터 노리는 채권자, 합법일까
보증인들이 가장 먼저 제기하는 쟁점은 왜 돈을 빌린 당사자에게 먼저 청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인 보증계약이라면 채권자가 이행을 청구할 때 주채무자에게 먼저 청구하고 그 재산에 강제집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보증인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연대보증은 사정이 다르다.
민법 제437조 단서에 따라 연대보증인에게는 이러한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단독 재판부(2018가단119566)는 주채무자가 변제의무를 먼저 이행한 다음에야 보증채무를 청구할 수 있다는 연대보증인의 주장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단호히 배척했다.
법률상 채권자는 굳이 주채무자를 거치지 않고 연대보증인에게 바로 전액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정부 정책으로 폐지됐다"는 직원의 말, 법정에선 무용지물
정부가 연대보증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는 사실에 기댄 방어 논리 역시 법원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의 연대보증 폐지 방침은 금융권 내부를 향한 단순한 행정지도일 뿐, 사법상 효력을 지닌 법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2024나61485)는 정부의 행정지도를 어겼다고 해서 사인 간에 맺은 연대보증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부산지방법원 단독 재판부(2023가단360090) 역시 명시적인 약정 해지가 없는 한 기존의 연대보증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계약 당시 금융기관 직원으로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연대보증은 없어졌다라는 설명을 듣고 서명한 사실관계가 입증되더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 재판부(2022가단5323749)는 이를 이유로 계약을 착오에 의해 취소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내놓았다.
동의 없는 기한 연장도 유효… 소송 끌다간 이자 폭탄
자신의 동의 없이 채무 상환일이 연장되었다는 항변도 보증의 족쇄를 풀지 못한다.
대법원(98다19578)은 채무가 특정되어 있는 확정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한 이상, 보증인의 동의 없이 피보증채무의 이행기가 연장되더라도 원칙적으로 보증 책임은 변함없이 유지된다고 판결했다.
당장의 책임을 피하고자 소송을 제기하며 채무 이행을 미루는 행위는 오히려 경제적 타격을 가중시킨다.
대법원(2005다35554, 35561)은 연대보증인이 스스로 소송을 진행하며 장기간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눈덩이처럼 불어난 과다한 지연손해금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철옹성 같은 연대보증, 무너뜨릴 유일한 열쇠는 서명
이처럼 연대보증인의 방어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계약 성립 요건 자체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다면 유일한 탈출구가 열린다.
민법 제428조의2에 따라 보증은 반드시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부산지방법원 단독 재판부(2024가단329355)는 피고가 자신의 서명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해당 서명이 피고에 의해 직접 작성되었음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면 연대보증의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2016다233576) 또한 연대보증계약서에 서명이 있더라도 본인이 직접 서명했다는 점을 채권자가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면 무효라고 보았다.
결국 계약이 본인의 의사로 체결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만이 무거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