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폭행 혐의 '유죄→무죄'⋯변호사 "대법원이 '진술 신빙성' 엄격히 판단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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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성폭행 혐의 '유죄→무죄'⋯변호사 "대법원이 '진술 신빙성' 엄격히 판단한 것"

2020. 06. 11 22:13 작성2020. 09. 10 13:57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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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학원 강사에게 성범죄 당했다며 신고한 학생들

1심 재판부는 징역 10년→2심과 대법원은 무죄⋯진술 신빙성 '쟁점'

변호사들 "진술 신빙성 엄격히 판단한 대법원⋯의심이 들면 유죄 증거로 쓸 수 없어"

자신의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강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피해 학생의 병원 진료 기록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그래픽=이지현 디자이너

"선생님 남편이 알면 죽는다고 했어요."


한 중학교에서 진행한 상담교사와 학생의 면담 시간. 면담에 참여한 남학생 A군의 입에서 믿기 어려운 말이 나왔다. 또래 친구들과는 사뭇 다른 고민이었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다니던 학원의 강사에게 여러 차례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기혼자였던 강사가 범행 사실을 자신의 남편에게 알리지 말라며, 협박하기도 했다고 피해자는 주장했다. 이에 바로 성폭력상담센터와 경찰의 조사가 이뤄졌다.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 A군과 같은 학원에 다녔던 또래 남학생인 B군도 비슷한 시기 피해를 주장했다.


조사 결과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 강사는 이들을 상대로 자동차 안에서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의 추행을 했고, 사람이 없는 학원에서 성폭행했다는 혐의가 불거졌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1심에서 강사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다" 1심 재판부, 학원 강사에 징역 10년

피고인인 학원 원장은 강제추행과 성폭행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피고인은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성관계가 있었다는 당일에 대해 "지방흡입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했고,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고 판단했고, 신빙성이 있다고 여긴 것이다.


지난 2018년 12월, 의정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이영환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향후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 하도록 했다.


쟁점 된 피해자 진술⋯2심 재판부 "확보된 진료기록 보면 진술 신빙성 의심"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판결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피고인에게 '완전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두 피해 학생의 진술과 더불어 제시된 B군의 '진료기록'이 결정적이었다.


B군은 피고인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날, 학교에 가기 싫어 결석하고 학원에 갔다가 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기록에는 결석 이유로 '질병'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축구를 하다 발목 부상을 당했던 B군이 그날 정형외과를 방문했던 것이다. 이를 증명할 병원 진료기록도 남아 있었다. B군은 9월에 결석한 날은 그날 말고는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2심 법정에 출석한 B군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증인으로 나와 당시 기억을 살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거의 모든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며 "이는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억 손실로 치부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진실로 신고를 한 것이 맞는지 의심을 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A군의 진술 또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지난 11일 열린 상고심에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변호사들 "진술 신빙성에 대한 엄격한 판단한 것"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다. 범죄 특성상 물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 해당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고 유죄 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법률 자문
'24시 성범죄 케어센터'의 민경철 변호사, 법무법인 유스트의 송오근 변호사, 법무법인 한중의 진보라 변호사. /로톡DB
'24시 성범죄 케어센터'의 민경철 변호사, 법무법인 유스트의 송오근 변호사, 법무법인 한중의 진보라 변호사. /로톡DB


그러다 보니 "억울한 피고인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지만, 성범죄 사건의 '진술 신빙성 인정 = 유죄' 공식은 시간이 갈수록 공고해지기만 했다. 그러던 와중에 나온 이 사건에 대해 변호사들은 "대법원이 진술 신빙성에 대한 엄격한 판단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에서 피해 학생들의 진술은 유죄 확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그에 비례할 정도의 '진술 검증'이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24시 성범죄 케어센터'의 민경철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와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충분히 확인해, 그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에 신중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유스트의 송오근 변호사 역시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과 증언만으로 유죄가 비교적 쉽게 인정되거나 범죄사실의 입증 정도도 완화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그 신빙성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해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한중의 진보라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처럼 피해자의 진술에 배치되는 객관적인 증거가 확인되는 경우, 결국 가해자의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없어 '무죄'가 선고되기도 한다"며 "다소 불리하다고 생각되고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해 거짓을 이야기한다면, 이 사건에서처럼 전체 진술에 대한 신빙성에도 영향을 주어 본인이 생각했던 결론 또는 진실에 합당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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