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 하려 계약했는데 천장 내려앉아…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숙박업 하려 계약했는데 천장 내려앉아…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현 상태 계약' 특약 vs '균열 없음' 확인서
심각한 숨은 하자 발견 시 계약 해지는 가능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숙박업 운영을 꿈꾸며 임대차 계약을 맺은 A씨. 임대인의 요청에 보증금 4000만원까지 미리 지급했지만, 입주 전 확인한 집은 천장이 내려앉고 바닥이 썩어있는 상태였다.
집주인은 "영업용이니 수리 의무가 없다"며 버티는 상황. A씨는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무사히 돌려받을 수 있을까?
"상업용이라 수리 의무 없다"? 변호사들 "법적 근거 없는 주장"
A씨는 숙박업 운영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특약에도 이 사실을 명시했다. 하지만 기존 임차인이 퇴거한 뒤 확인한 집의 상태는 심각했다.
천장 석고보드는 갈라져 내려앉고 있었고, 마루는 물에 썩어 시커멓게 변색되고 들떠 있었다. 하지만 임대인은 "숙박업은 상업용 목적이니 수리 의무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변호사들은 임대인의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과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진다"며 "이는 주거용뿐만 아니라 상업용 임대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 역시 "오히려 계약서에 '숙박업 영업 목적'이 특약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임대인은 그 영업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숙박업으로 손님을 받아야 할 시설의 천장이 처지고 마루가 썩어 있다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현 시설물 상태대로' 특약, '숨은 하자'는 예외
임대인이 기댈 수 있는 근거는 계약서의 '현 시설물 상태대로의 계약'이라는 특약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임대인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A씨가 발견한 하자는 기존 세입자의 짐에 가려져 계약 당시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숨은 하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벽면 균열 없음', '바닥 보통'으로 기재돼 있어 실제 상태와 명백히 모순됐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현 시설물 상태대로의 계약'이라는 특약 1번에 대해서는, 판례상 이러한 특약은 통상 생길 수 있는 소규모 수선에 한하여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대파손·대수선에 해당하는 하자는 특약으로도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면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숨은 하자이고 확인·설명서 내용과도 모순되므로 특약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강은선 변호사는 "임차인이 확인·설명서 기재 내용을 신뢰하여 하자가 없는 상태의 목적물로 오인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민법 제109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 해지하고 보증금 받으려면… 증거 확보 후 '내용증명'부터
변호사들은 A씨가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 전액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선 명확한 증거 확보와 절차가 중요하다.
우선 하자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꼼꼼히 촬영해 증거로 남겨야 한다.
이후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한대섭 변호사는 "먼저 내용증명을 통해 기한을 정하여 수선을 요구하고, 임대인이 이를 거절할 경우 계약 해지 및 보증금 4천만 원의 반환을 요구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허위로 확인·설명서를 작성한 공인중개사의 책임도 물을 수 있다. 한 변호사는 "균열이 없다고 허위로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중개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관할 구청에 신고하여 행정처분을 받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