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령이 성폭행했다" 말하니, 그걸 빌미로 또 성폭행한 대령…두 해군 장교 중 1명만 유죄
"소령이 성폭행했다" 말하니, 그걸 빌미로 또 성폭행한 대령…두 해군 장교 중 1명만 유죄
여성 부하 성폭행 혐의 해군 소령과 대령⋯범행 7년 만에 재판 넘겼지만
1심 소령 징역 10년, 대령 징역 8년 → 2심 둘 다 무죄로 뒤집혀
대법 "소령은 무죄, 대령은 재판 다시"⋯엇갈린 판결

부하 여군을 상대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장교 2명에 대해 대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사진은 지난 31일 상고심이 끝난 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해군 소령 A씨가 12차례가량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했어요."
한 해군 중위가 소속 근무지 함장이었던 대령 B씨(범행 당시 중령)에게 성범죄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피해자는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
그런데, 보고를 받은 대령 B씨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점을 악용해 임신중절까지 하게 된 피해자를 상대로 본인도 성폭행에 가세했다.
군에 있던 피해자가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까진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5년에 걸친 재판 끝에 최근 두 가해자에 대해 대법원이 판결을 내놨다. 소령 A씨는 무죄, 대령 B씨는 유죄 취지로 다시 재판을 받으라는 판결이었다.
앞서 이 사건 1심을 맡았던 해군 보통군사법원은 두 장교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12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성폭행·강제추행한 혐의로 소령 A씨에겐 징역 10년을, 대령 B씨에겐 징역 8년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항소심(2심)에 가자마자 아예 무죄로 뒤집혔다. 당시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피해자 진술에 따르더라도, 저항이 불가능한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상명하복 군 체계 내에서 중위였던 피해자가 직속상관인 소령과 함장인 대령에게 잇따라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는데도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지난 2018년, 군 검찰은 무죄로 뒤집힌 항소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리고 4년 만에 대법원이 내놓은 답은 "둘 중 1명만 유죄"라는 거였다.
지난 31일, 대령 B씨에 대한 심리를 맡은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부터 법정에서까지 대령 B씨에게 당한 성폭행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어 "앞선 성폭행과 임신중절 등으로 피해자가 무력한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강간죄가 성립되기 위한 폭행과 협박도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건의 단초가 된 소령 A씨에겐 다시 한번 무죄가 선고됐다. 같은 날 소령 A씨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소령 A씨에 관한 피해자 진술에는 신빙성이 부족한 정황이 있다"며 1부와는 정반대 결론을 냈다.
또한 대법원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에 대해서도 피해자 진술 신빙성 등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성폭행해 임신중절까지 하게 만든 혐의로 1심에선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던 소령 A씨였지만, 오히려 재판을 거듭하면서 무죄로 풀려나게 됐다.
결국 성범죄 피해 이후 12년, 법정 다툼 5년 만에 피해자가 받은 최종 판결은 '절반의 피해 회복'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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