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돈 떼인 사장님, 계약서 없어도 '이것'만 있으면 승소합니다
일하고 돈 떼인 사장님, 계약서 없어도 '이것'만 있으면 승소합니다
전문가들 "3년 소멸시효 끝나기 전, 재산 동결하는 '가압류'가 첫 단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몇 년간 믿고 일했는데… 공사 대금은 5분의 1만 주고 입을 싹 닦았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인테리어 업체 대표 A씨의 목소리에는 배신감과 억울함이 뒤섞여 있었다.
수년간 가족처럼 믿었던 건설사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그의 손에는 계약서 대신, 그간의 신뢰를 증명해야 할 서류들만 가득했다.
A씨는 특정 건설사와 오랜 기간 파트너로 일하며 별도의 계약서 없이 견적서와 구두 합의만으로 공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공사 대금의 80%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불안해진 A씨는 견적서, 전자세금계산서, 건설사 대표와의 통화 녹음 등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자료들은 과연 법정에서 ‘계약서’를 대신할 수 있을까.
'종이 계약서'는 없지만, '신뢰의 증거'는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강희 변호사는 “계약서가 없더라도 견적서, 전자세금계산서, 녹취록 등은 계약 체결과 공사 완료를 입증하는 증거로 충분히 채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법상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만 증명되면 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A씨가 확보한 증거들과 일부 대금을 지급받은 사실 자체가 양측이 ‘공사 계약’에 합의했다는 강력한 방증이 된다.
시간이 없다, 발목 잡는 ‘3년의 덫’
증거가 충분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복병은 ‘소멸시효’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사라지는 제도다. 법무법인 한일의 이환진 변호사는 “공사대금 청구권은 원칙적으로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며 “공사 완료 후 3년이 지나면 상대방이 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조속히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송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하면 이 소멸시효의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
“판결문이 휴지조각 될 수도" 승소보다 중요한 ‘첫 단추’
만약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 건설사가 재산을 모두 빼돌려 ‘빈털터리’가 된다면 판결문은 종잇조각에 불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에 앞서 상대방의 재산을 미리 묶어두는 ‘가압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승소 후 실익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압류는 상대방이 부동산, 예금, 차량 등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막는 강력한 채권 보전 수단이다.
돈 떼인 사장님을 위한 '3단계 필승 로드맵'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최선의 전략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요약된다.
- 1단계, 내용증명을 보내 공식적으로 변제를 요구하고 즉시 상대 건설사의 자산에 가압류를 신청한다.
- 2단계, 이후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정식 민사소송을 제기해 미지급 대금을 청구한다.
- 3단계, 승소 판결을 받은 뒤에도 상대방이 돈을 주지 않으면 가압류한 재산 등을 상대로 강제집행 절차에 돌입해 채권을 회수한다.
오랜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온 지금, A씨가 모은 증거들은 단순한 하소연의 도구를 넘어섰다. 법은 서류 위의 약속만큼이나, 성실히 이행된 사실의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의 손에 들린 증거들은 이제 자신의 땀과 권리를 되찾을 가장 강력한 법적 무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