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여직원 손 주무르는 건 성추행 아니다" 법원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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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여직원 손 주무르는 건 성추행 아니다" 법원 판결 논란

2019. 10. 20 21:12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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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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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계속 거부 의사 밝혔지만⋯ 법원 "손은 성적수치심 주는 부위 아냐”

"신체 부위에 따라 성추행의 본질적 차이 없다" 대법원 판례와 충돌

신체 부위 놓고 "성추행" vs. "아니다" 오락가락 사법부

“손 자체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며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술을 마시던 중 여성 부하 직원의 손을 주무르고 "싫다"는 표현에도 그만두지 않은 30대 남성 회사원에게 '성추행 무죄' 판단이 나왔다. 이번 선고는 특히 "손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부위가 아니다"고 판단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선언했지만, 그 이후 우리 법원은 '성추행 인정 부위'를 놓고 오락가락했다.

수원지법 김병찬 판사, 여성 부하직원 손 주무른 30대 직장 상사에 '무죄'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병찬 부장판사)는 “손 자체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며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부하직원인 B씨는 “평소 상사 A씨와 근무하면서 느낀 스트레스에 관해 이야기한 뒤 오해가 풀려 노래방으로 향했다"며 "그 자리에서 A씨가 손을 계속 주물렀고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행동을 멈추지 않아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손을 잡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격려의 뜻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 부위는 손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신체 부위를 쓰다듬거나 성적 언동을 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은 점을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고, 실제로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던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이 강제추행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손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 없다" 대법원 판결과 모순

이번 판결은 지난 2004년 대법원이 밝힌 '강제추행 판단 기준'과 상호 모순된다. 당시 대법원은 직장 상사가 등 뒤에서 피해자의 어깨를 주무른 사건에 대해 이렇게 판시했다.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인데, 피고인의 어깨를 주무르는 것에 대하여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오던 피해자에 대하여 그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어깨를 주무르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도록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이 사건은 2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고 올라온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2심 재판부를 꾸짖었다. 특히 2심은 앞서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것을 무죄로 뒤집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그런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로 강하게 비판했다.


"원심(2심)은 그 판시와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성폭력법 제11조 제1항에서의 ‘추행’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이 미친 위법이 있다." (재판장 박재윤 대법관)

"손목은 성적 수치심 일으키는 부위 아니다" 판결 바꾼 2015년의 대법원

이런 대법원 판결이 일관적으로 유지됐던 건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직장 상사가 자기 방으로 여직원을 불러 “자고 가라”며 손목을 잡은 사건에 대해서는 "추행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손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대법원 1부는 성폭력범죄처벌법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61)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세탁공장 소장 A씨는 2011년 6월 부탁받은 밥상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사택을 찾은 B(56·여)씨에게 맥주를 권하고 침대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B씨가 거절했는데도 A씨는 “자고 가요”라고 말하며 B씨의 오른쪽 손목을 세게 움켜줬다.


앞서 이 사건을 재판한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행위를 성추행으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손목은 그 자체만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오락가락 사법부] 신체 부위별 성추행 여부에 대해 우리 법원은 일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다. 2019년 수원지법은 "싫다"고 하는 여성 부하 직원의 손을 지속하여 주무른 30대 남성 상사에게 "성추행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그래픽 편집=엄보운 기자


성추행 인정되는 신체 부위 놓고 사법부 전체가 '오락가락'

대법원이 이렇다보니 하급심에서는 더욱 더 오락가락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추행 부위'에 따라 유무죄 사이를 오간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은 코를 추행했다고 재판에 넘겨진 사람에 대해 "코는 사회통념상 성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신체부위가 아니다"며 추행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2013년 대전고법은 쇄골과 손바닥을 만진 사건에서 역시 "추행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2012년 윗가슴을 만진 피고인에 대해 대구지법은 "젖가슴과 같이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니다"는 이유로 죄가 없다고 봤고, 2014년 발목을 만진 경우에도 청주지법이 "발목을 잡은 것만으로는 추행의 고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반대 판결도 있었다. 2016년 처음 보는 여성의 발가락을 만진 남성에 대해 성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인천의 한 커피숍에서 김모(당시 28세)씨는 잠든 여성의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발가락을 만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접촉한 부위가 발가락인 만큼 성적 수치심과 관계가 없고, 만진 시간도 1~2초에 불과해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추행에서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2004년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살렸다.

김연수 변호사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신체 부위 또한 중요하다"

법원이 추행 부위에 대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들은 "실무적으로는 '추행 부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명재의 김연수 변호사는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신체 부위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상황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지만 실제 사례에서 법원은 가슴, 엉덩이, 허리, 옆구리와 같은 신체 부위에 대해서는 '성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추행을 인정한 반면, 코, 쇄골, 손바닥, 손목, 발목을 만지거나 잡아당긴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성적으로 의미가 있는 부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성추행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의 상대방인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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