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살인범이 CCTV 대신 훔쳐 간 '이것'⋯ 스스로 무덤 팠다
통영 살인범이 CCTV 대신 훔쳐 간 '이것'⋯ 스스로 무덤 팠다
통영 60대 여성 살인사건
범인 도주 한 달여 만에 CCTV 공개
CCTV 본체로 착각해 '움직임 감지기' 훔쳐

경남 통영에서 6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두 달 가까이 미제로 남자 경찰이 보상금 1억 원을 걸고 공개수사에 나섰다. /경남경찰청
복면과 장갑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남성이 살인을 저지르고, 남편이 자고 있는 별채 옆에서 무려 1시간 50분을 머물다 유유히 사라졌다.
지난 6월 10일 새벽, 경남 통영의 한 단독주택에서 6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두 달이 다 되어가도록 범인 윤곽조차 잡히지 않자, 경찰은 최대 1억 원의 보상금을 걸고 실제 CCTV 영상을 공개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치밀하고 대담한 범인의 행적 속에 숨겨진 법적 쟁점들을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윤치웅 변호사(로엘 법무법인)가 짚었다.
늑장 공개 논란? "수사 망칠 수 있어... 국가 배상 어려워"
주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경찰의 뒤늦은 CCTV 공개를 두고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법적으로 경찰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윤치웅 변호사는 "초기에 영상이 공개되면 범인이 수사망을 눈치채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위험이 있다"며 "보통은 비공개로 수사를 먼저 진행하고 공개수사 필요성이 있을 경우 유족 동의 등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의 재량 영역인 만큼, 고의적인 불법 행위가 없는 한 늑장 공개를 이유로 국가 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범인이 훔쳐 간 '이것', 스스로 무덤 팠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기괴한 대목은 범인이 범행 후 1시간 50분이나 집 안에 머물렀다는 점, 그리고 도주하며 피해자의 손가방과 함께 '움직임 감지기'를 챙겨갔다는 점이다.
움직임 감지기는 지자체에서 고령자 안전을 위해 설치해 주는 응급 신고 장치다.
경찰은 범인이 이를 CCTV 녹화 장치로 착각해 가져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 변호사는 "자신의 범행 흔적을 은폐하려는 증거 인멸 의도가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며 "자기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 인멸은 별도의 증거인멸죄로 처벌되지는 않지만, 재판 과정에서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살인이 먼저냐, 강도가 먼저냐... 무기징역 혹은 사형
현재 경찰은 이 사건을 강도살인 혐의로 수사 중이다.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가져갔다고 해서 모두 강도살인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범행 목적과 순서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윤 변호사는 "단순히 살인을 저지른 후 마음이 바뀌어 나중에 물건을 챙겨 나왔다면 살인죄와 절도죄가 각각 따로 성립한다"면서도 "처음부터 재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살해하거나 강도 행위 도중 살해한 경우에는 강도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 형법상 강도살인죄는 무기징역이나 사형만 규정되어 있을 정도로 엄하게 처벌하는 중범죄"라고 강조했다. 침입 당시부터 금품을 노린 정황이 입증된다면, 범인은 법정 최고형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 혼선 빚은 'AI 가짜 사진', 장난으로 끝날 일 아니다
사건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무렵, 온라인에는 통영 살인범 얼굴이라며 선명한 눈매가 드러난 가짜 AI 합성 사진이 유포됐다. 이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같다'는 식의 억측과 2차 피해가 발생했다.
단순한 네티즌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의 판단은 단호했다.
윤 변호사는 "허위 사진 때문에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준다면 유포한 사람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죄가 성립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무고한 타인의 얼굴을 합성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 책임까지 무겁게 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