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케이크, 선생님과 나눠 먹으면 안 된다" 사실일까?
"스승의 날 케이크, 선생님과 나눠 먹으면 안 된다" 사실일까?
경북교육청 "학생끼리만 나눠 먹어야" 지침 논란
전문가들 "원칙적 위법 맞지만, 실제 과태료 부과 가능성은 희박"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교사가 카네이션과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경북교육청이 교사 업무 포털에 올린 '헷갈리는 청탁금지법 완벽 정리' 안내 배너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케이크를 준비했더라도 교사에게 전달하거나 교사가 함께 나눠 먹는 행위는 불가능하며, 오직 학생들끼리 나눠 먹는 것만 허용된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날조차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비현실적인 원칙이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케이크 한 조각이 어쩌다 범죄 취급을 받게 된 것일까. 해당 논란의 법적 쟁점과 실제 처벌 가능성을 짚어봤다.
현재 담당 교사라면 3만 원짜리 케이크도 '과태료 대상'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북교육청의 지침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엄격한 문언 해석에 근거한 것으로 법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교사는 청탁금지법 제2조 제2호 다목이 정하는 각급 학교의 장과 교직원으로서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등에 해당한다.
유치원 역시 공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각급 학교에 포함되어 교직원 모두가 법 적용 대상이 된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아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직장어린이집 원장은 예외적으로 적용 대상이다.
여기서 핵심은 직무관련성이다. 현재 자녀를 평가하거나 지도하는 담임교사 및 교과 과목 교사는 학생과 직접적인 이해관계(직무관련성)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케이크는 법이 금지하는 물품 즉, 금품등에 명백히 포함된다. 따라서 직무관련성이 있는 교사라면 소액의 케이크나 카네이션 같은 선물도 개별적으로 받아서는 안 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이전 학년 담임 교사나 교과 담당 교사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교사에게는 5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선물이 가능하다.
"사교나 의례 목적 아닙니까?"… 법원 판단은
그렇다면 현재 담임 교사라도 스승의 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사교·의례 목적의 선물'이나 '사회상규'로 인정받을 수는 없을까.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2호는 사교나 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일정 가액 범위 안의 금품은 예외로 인정한다. 하지만 법원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 이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춘천지방법원은 고소 사건 수사 담당 경위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안에서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2016과20 결정).
결국 기댈 곳은 법 제8조 제3항 제8호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이라는 예외 규정뿐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학교 대표가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것은 시기, 장소, 경위 등을 비춰볼 때 사회상규에 해당하여 허용된다.
이를 케이크에 적용해 보면 명확한 기준이 나뉜다. 학급 전체가 공개적으로 케이크를 함께 나눠 먹는 행위는 특정 학생에 대한 편의 제공이 아닌 공동 행사 성격을 가지므로 사회상규 예외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교사에게 케이크를 개별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는 현행법의 엄격한 해석상 직무관련성 때문에 예외를 인정받기 어렵다.
과태료 최대 5배 물어낼 수 있지만… 실제 처벌 가능성은 "0%에 수렴"
만약 학생이 준 케이크를 먹었다가 적발된다면 어떻게 될까. 형사처벌인 징역이나 벌금을 받을 일은 없다. 청탁금지법상 형사처벌은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했을 때 적용되는데, 케이크의 가액은 통상 이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청탁금지법 제23조 제5항에 따라 수수한 금품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예컨대 3만 원짜리 케이크라면 6만 원에서 15만 원의 과태료를 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금품을 제공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도 동일한 기준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조계 실무상 이를 이유로 실제로 과태료 폭탄을 맞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우선 학교 내 케이크 파티는 통상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 수사기관의 인지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학급 전체가 함께 나눠 먹는 경우 실무상 사회상규로 인정받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액의 케이크에 대해 행정 비용까지 들여가며 과태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실익이 없어 대부분 종결 처리되는 것이 현실이다.
대법원 역시 직무수행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거나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것과 무관한 사안은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23도6767 판결).
결론적으로 경북교육청의 '케이크 금지령'은 청탁금지법을 가장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해석한 결과물이다.
교사가 개별적으로 케이크를 받는 것은 명백한 위반이지만, 학급 전체가 함께 축하하며 나눠 먹는 것까지 법의 잣대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