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라 해서 한 대 때렸는데⋯" 헤어진 뒤 폭행죄로 고소하겠다는 전 남자친구
"때리라 해서 한 대 때렸는데⋯" 헤어진 뒤 폭행죄로 고소하겠다는 전 남자친구

"너무 화가 나서 너를 때리고 싶다"라는 말에 "그럼 한 대 맞아줄 테니 용서해달라"고 애걸하던 남자친구. 그런데 헤어진 뒤, 갑자기 "폭행죄로 고소하겠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셔터스톡
A씨는 요즘 남자친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술에 취해 느닷없이 전화로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점점 폭력적인 행동까지 보이고 있다.
더는 만날 수 없을 거란 판단에 곧바로 이별을 통보했지만 남자친구는 다음 날 집 앞으로 찾아와 손이 발이 되도록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A씨는 웬만해선 분이 풀리지 않는다. A씨는 "너무 화가 나서 너를 때리고 싶다"라고 말했고, 남자친구는 "그럼 한 대 맞아줄 테니 용서해달라"고 제안했다.
남자친구의 제안에 정말로 팔뚝을 한 대 친 A씨. 그렇게 관계를 회복했지만, 사이가 다시 나빠졌고 결국 헤어졌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이 사건을 빌미로 A씨를 폭행죄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한다.
남자친구가 때리라 해서 팔뚝만 한 대 쳤을 뿐인데, A씨는 억울하다. 정말 폭행죄로 처벌받게 될까?
변호사들은 A씨가 '폭행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봤다. 남자친구가 A씨의 폭행을 먼저 승인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24조는 피해자의 승낙 하에 저지른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단, "그 승낙이 윤리적이나 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A씨 남자친구는 '만남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달고 한 대 맞았다. 이것은 '피해자의 승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남자친구가 때리라고 허락했고, 그 이후 팔뚝을 한 대 친 것이라면 위법성 조각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 김병현 법률사무소'의 김병현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김 변호사는 "(폭행의 정도가) 너무 경미하고 오히려 상대방이 관계 유지를 위해 유도하고 허용한 부분"이라며 "폭행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힘든 사건"이라고 했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 처분이 예상된다"고 했고 법무법인 효현의 박인순 변호사도 의견을 같이했다.
기소유예란 쉽게 말해 "혐의는 인정되지만, 이번 한 번은 봐준다"는 것이다. 검찰 단계에서의 '집행유예'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