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핑계 안 통한다" 법원, 김건희 여사 최측근에 구인장 발부 '강수'
"우울증 핑계 안 통한다" 법원, 김건희 여사 최측근에 구인장 발부 '강수'
"통일교 은혜 입어 당선" 녹취록 파문
15일 김 여사 소환 앞두고 법원 초강경 대응

김건희(왼쪽)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 /연합뉴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법정. 김건희 여사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증인석이 비어 있었다. 재판부는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우울증과 불안감"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유 전 행정관과 또 다른 증인 조모 씨(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의 배우자)에게 각각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고, 이들을 강제로 법정에 데려오기 위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김건희 여사의 증인 신문을 앞두고, 법원이 증인들의 '줄소환 거부' 사태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사라진 증인들과 '샤넬백'의 연결고리
사건의 핵심은 복잡해 보이지만 인물 관계를 파악하면 명료하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일명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다. 전 씨는 지난 대선 전후로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지원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 등)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청탁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되었느냐다. 검찰과 특검은 전 씨가 통일교로부터 받은 고가의 샤넬 가방과 귀금속 등이 유경옥 전 행정관을 거쳐 김 여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전성배(청탁·금품 수수) → 유경옥(전달책) → 김건희(최종 수령 의혹)]으로 이어지는 사슬이다.
이날 불출석한 유 전 행정관은 이 연결고리의 '허리'에 해당하는 핵심 인물이다. 그녀의 입을 통해 당시 물품이 오간 구체적인 정황과 김 여사의 인지 여부가 밝혀져야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함께 소환된 조모 씨 역시 21그램(김 여사 관련 업체)과 연관되어 사건의 또 다른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법정서 울려 퍼진 육성 "대통령 당선, 통일교 은혜 덕분"
증인들이 자취를 감춘 법정에서는 충격적인 녹취 파일이 재생됐다. 2022년 3월 대선 직후, 건진법사 전 씨가 통일교 간부 이모 씨와 나눈 통화 내용이다.
"은혜 입었잖아요. (통일교가) 대통령 당선시켜 주셨잖아요.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내가) 했고, 여사님도 충분히 납득했어요."
전 씨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이 통일교의 기여 덕분이라며, 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심지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민주당 측 인사들과 접촉을 시도하며 양다리를 걸치려 했던 정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이는 종교계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과 그 대가성 청탁이 실제로 오갔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정황 증거다.
특검팀은 이날 재판에서 전 씨로부터 압수한 샤넬 가방, 구두, 그라프 목걸이 실물을 법정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흰 장갑을 끼고 이 물증들을 꼼꼼히 살폈다. 이 물건들이 바로 '은혜'의 대가로 지목된 금품들이다.
왜 법원은 '구인장'이라는 칼을 빼들었나
단순히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구인장이 발부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왜 이토록 강경한 조치를 취했을까. 여기에는 치밀한 법적 판단과 시급성이 깔려 있다.
1.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은 용납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150조의2에 따르면 증인은 법원의 소환에 응할 의무가 있다. 유 전 행정관 등이 제출한 '우울증 진단서'는 법리적으로 '출석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를 재판 지연을 위한 핑계로 판단한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증언거부권이 있더라도 출석 자체를 거부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한다. 아픈 것과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2. 특검법의 시간 싸움, '6개월 데드라인'
이번 재판부는 "소환이 지연될 경우 특검법에서 요구하는 6개월 내 선고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했다. 일반 재판과 달리 특검 사건은 법적으로 정해진 짧은 처리 기한이 있다.
증인들이 이를 악용해 시간을 끌면 자칫 재판 자체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구인장 발부'라는 강수로 이어졌다.
3. 다음 단계는 '감치(신체 구속)'
구인장은 단순히 종이 호랑이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152조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유 전 행정관 등의 주거지를 추적해 강제로 법정에 데려올 수 있다. 만약 오는 15일에도 이들이 도망 다니거나 출석을 거부할 경우, 법원은 '7일 이내의 감치(구치소 유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과태료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감치는 물리적인 신체 구속을 의미하므로 증인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의 강도는 차원이 다르다.
12월 15일, 운명의 날이 온다
법원의 인내심은 바닥났다. 재판부는 오는 15일 속행 공판을 예고했다. 이날은 유 전 행정관과 조 씨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본인에 대한 증인 신문도 예정되어 있다.
사실상 이번 사건의 '몸통'과 '연결고리'들이 한날한시에 법정에 서게 되는 셈이다. 법원이 발부한 구인장이 실제로 집행되어 유 전 행정관이 법정에 끌려나올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김 여사와 어떤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사님도 납득했다"는 건진법사의 말이 허풍이었는지, 아니면 숨겨진 거래의 실체였는지, 그 진실의 문이 15일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