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다역으로 15세 소녀 유인·살해한 고교생⋯"드라마 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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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다역으로 15세 소녀 유인·살해한 고교생⋯"드라마 따라 했다"

2026. 08. 20 17:4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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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에서 가상 인물 행세

15세 지적장애 소녀 유인

컴퓨터 케이블선으로 잔혹 살해 후 사체 오욕까지

가상 인물로 15세 피해자를 속여 유인한 뒤 살해하고 사체오욕까지 저지른 고등학생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5년이 선고됐다. /셔터스톡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어낸 거짓 자아. 그 뒤에 숨어 한 소녀의 마음을 농락하던 10대 피고인의 집착은 결국 살인으로 끝이 났다. 범행의 잔혹성만큼이나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내세운 황당한 변명은 큰 충격을 안겼다. "영화 속 장면을 따라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다.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이진관)는 살인, 특수상해, 사체오욕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A군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5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가상 인물, 그리고 끔찍한 집착의 시작


비극은 오디오 방송 앱에서 시작됐다. 지적장애 3급인 A군은 타인의 사진을 도용해 '남성'과 '여성'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곳에서 B양(15·지적장애 3급)을 알게 된 A군은 '남성'인 척하며 B양과 사귀기로 약속했다.


이후 A군은 자신을 '남성'의 친구라고 속이고 현실에서 B양을 만났다. 하지만 B양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2020년 8월 7일, B양이 "너는 장애인이잖아"라며 교제를 거절하자 격분한 A군은 돌로 B양의 머리를 내리치고 목을 조르는 등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이후 B양이 자신이 사랑하는 가상 인물 '남성'에게 "네 친구에게 폭행당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털어놓자, A군은 이번엔 해당 친구의 쌍둥이 동생 행세를 하며 상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B양이 자신을 살인마라 부르며 혐오하고 오직 가상 인물 '남성'만 찾자, A군의 비뚤어진 집착은 살의로 변했다.


그는 B양이 굳게 믿고 있는 가상 인물 '남성' 계정으로 "내가 대구로 갈 테니 혼자 나오라"며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1.5m 길이의 컴퓨터 전원 케이블선으로 B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만지고 촬영하는 사체오욕 범행까지 저질렀다.


"드라마 보고 따라 한 것"… 뻔뻔한 심신미약 주장


재판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피고인 측의 변명이었다. A군 측은 A군이 지적장애 3급임을 강조하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끈질기게 주장했다.


특히 피고인이 영화나 드라마의 특정 장면을 모방하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심신미약 주장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A군이 재판에서 "드라마에서 줄을 목에 걸고 죽는 장면을 보고 살인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진술한 것을 바탕으로, 이러한 범행 수법 자체가 통제력과 충동 억제력이 약한 장애에서 비롯된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행동이라는 논리였다.


법원의 일침 "영화 모방? 그저 범행의 완성도일 뿐"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A군이 1인 다역을 하며 피해자의 신뢰를 얻고,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했으며, 범행 발각 위기에서 행인에게 "피해자가 자고 있다"고 태연히 거짓말을 한 점 등을 짚었다.


> "피고인이 영화의 특정 장면을 모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범행의 완성도와 관련한 사정으로 보일 뿐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모방한 것은 그저 살인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완성도)을 고른 것일 뿐,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심신미약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이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에 대한 분노로 살인 동기를 형성하고 범행 의미와 결과를 인식한 채 행동하였다고 보인다"며 엄중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 15세인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는 참담한 결과를 발생시켰다"며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상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A군이 아직 교화의 여지가 있는 소년범인 점, 지적장애가 범행 결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점 등을 참작해 소년법상 법정 최고형에 가까운 징역 장기 12년, 단기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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