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당한 SKT, 위약금은 고객 몫?…방통위 '연말까지 전액 면제' 철퇴
해킹당한 SKT, 위약금은 고객 몫?…방통위 '연말까지 전액 면제' 철퇴
통신분쟁조정위, SKT 위약금 면제 시한 '법적 근거 없다' 판단…
KT 사전예약 임의 취소 건도 '혜택 보장' 결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SK텔레콤(SKT) 해킹 사태로 인한 위약금 면제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 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이는 고객의 정당한 계약 해지 권리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통신사의 일방적인 기간 설정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기한은 없다'…SKT 해킹 위약금, 연말까지 전액 면제
사건의 발단은 SKT가 해킹 사고 이후 내놓은 위약금 면제 정책이었다. SKT는 특정 기간(지난달 14일까지)을 정해 이 기간에 해지하는 고객에게만 위약금을 면제해줬지만, 기간을 놓친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고객의 정당한 계약 해지권은 법률상 소멸 사유가 없는 한 그 행사 기간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위원회는 SKT가 제시한 마감 시한이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 한 차례의 문자 안내만으로는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하며 올해 연말까지 해지하는 모든 이용자의 위약금을 면제하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민법」 제145조(기간의 만료점) 및 제543조(해지, 해제권)와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이용자의 권익 보호) 및 제55조(손해배상 책임) 조항을 근거로 한다.
특히, 소비자의 계약 해지 권리는 민법상 정해진 소멸 사유가 없는 한 특정 기간에만 제한할 수 없으며, 통신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결합상품도 책임져라'…인터넷·IPTV 위약금 절반 부담
논란은 이동통신 서비스에만 그치지 않았다. 인터넷, IPTV 등 유선 서비스와 결합해 쓰던 고객들은 이동통신 해지 시 결합 할인 혜택이 사라져 발생하는 위약금(할인반환금)까지 SKT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쟁조정위는 이 주장에도 힘을 실었다. 위원회는 '결합 상품 해지는 SKT의 과실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동통신과 인터넷 등이 하나의 통합 상품처럼 판매되는 측면을 고려해 SKT가 결합 상품 위약금의 50%를 지급하라'고 명했다.
이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불공정약관조항의 예시)를 적용한 결과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통신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소비자가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약관 조항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결합상품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판결이다.
'선착순' 고지 누락한 KT, '약속한 혜택 모두 지급하라'
한편, 위원회는 KT의 '얌체' 마케팅에도 제동을 걸었다. KT는 지난 1월 삼성전자 갤럭시 S25 사전 예약 과정에서 '선착순 1천 명 한정'이라는 핵심 정보를 알리지 않은 채 사은품 혜택을 광고했다.
이후 1천 명을 넘어서자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위원회는 '통신사가 휴대전화를 공급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KT가 약속했던 혜택(네이버페이 10만 원권 등)에 상응하는 손해를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예약이 취소된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라는 의미다.
이 결정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정보제공) 및 제13조(계약 또는 청약철회 등에 관한 정보 제공)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에 근거한다. 통신사는 소비자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상품의 중요 정보를 명확히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부당한 표시나 광고 행위는 금지된다.
법적 강제력 없지만…통신사 '수용 압박' 커질 듯
이번 위원회의 직권 조정 결정은 양 당사자가 모두 수락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조정은 불성립되고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권익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결정을 통신사들이 무작정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T와 KT 관계자 모두 '조정안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공은 다시 통신사에게로 넘어갔지만, 소비자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