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 킬한다"⋯인천 집단 성폭행 사건 은폐 의혹, 사실이라면 교장·교감 모두 날아간다
"오늘 너 킬한다"⋯인천 집단 성폭행 사건 은폐 의혹, 사실이라면 교장·교감 모두 날아간다
'인천 동급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친오빠의 진정서
16장에 빼곡히 드러난 각종 의혹⋯학교가 피해자 집 주소 노출하고 사건 축소 시도
의혹 모두 사실이라면? 변호사들 "교장과 교감 징계 가능"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A(15)군 등 2명이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교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
중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계단에서 차례로 성폭행한 '인천 동급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은 "오늘 너 킬(KILL)한다"고 예고하고 피해자에게 술을 먹였다.
이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가 "학교는 사건을 숨기려고 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교육감이 나서 달라"는 진정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A4용지 16쪽을 가득 채우는 분량이었다.
진정서 내용에 따르면 학교는 학교폭력예방법을 정면으로 어겼다.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 보호 조치와 보고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집 주소는 가해자에게 새어나갔다. 교장과 교감은 피해자 측에 상처를 줬다. "학교가 문 닫게 생겼다", "학교 이름이 나가면 안 된다" 등의 말을 남겼다.
학교 측은 "절차에 따라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향후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하지만 학교 폭력 사건을 많이 다뤄본 변호사들은 "지금 단계에서도 학교 측에 물을 수 있는 법적 책임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형사적 처벌, 민사적 손해배상책임, 교장과 교감에 대한 징계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진정서 내용이 사실일 경우 학교 측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을 정리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틀 전 새벽.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중학교 2학년 A씨가 정신을 잃었다. 같은 학교 동급생 두 명이 계속해서 술을 먹인 결과다. 이들은 A씨가 정신을 잃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집단 성폭행이었다.
애초에 A씨는 나오기 싫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A씨가 나오지 않으면 A씨의 친구를 때리겠다고 했고, 이 '협박'이 통했다. 정신을 잃은 A씨는 옥상 계단까지 끌려갔다. 여기서 성폭행이 이뤄졌다. 전치 2주의 폭행도 당했다.

범행 약 4개월 뒤. 현재 가해자들은 구치소에 갇혀있다. 지난 9일 법원이 "소년(미성년)이지만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같은 날, 피해자의 친오빠는 학교를 향해 절규했다. 시사저널이 공개한 진정서에는 그간 학교가 벌인 부조리가 낱낱이 적혀있었다.
학교폭력 사건 경험이 풍부한 법률사무소 송헌의 신은혜 변호사는 "학교폭력법이 시행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학교에서 사건을 축소, 은폐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이럴 때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에게 받은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변호사 6명이 진정서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봤다. 학교 측이 져야할 법적 책임은 크게 3가지라고 했다.
①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 및 보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정서에서 피해자 측은 "학교가 사건 이후 단 한 차례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을 뿐,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피해자가 2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말한다. 또 "학교가 사건을 인천시교육청에 바로 보고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해당 내용이 사실일 경우 "피해자측은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며 "학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형법상 책임 역시 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은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사안이 매우 심각했다"며 "진정서 내용과 같이 학폭위 개최만을 했을 뿐이라면 부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실제 학교폭력예방법 제 16조와 17조는 학교장에게 긴급 조치권을 부여하고 있다. 각각 "피해 학생의 보호를 위해 긴급하다고 인정한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가 시급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대해서다.
신 변호사는 "피해 학생의 요청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학교장은 긴급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피해 학생에 대해서는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등이 필요했고, 가해 학생에 대해서도 '우선출석정지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및 협박, 보복행위 금지 등의 조치가 함께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학교 측은 "사실을 알게 된 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치가 이루어졌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신 변호사는 "학폭위 당일에도 2차 피해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는 적절한 긴급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2차 피해 사건'이란 학폭위 당일 피해학생이 길거리에서 가해 학생을 마주친 일을 말한다. 당시 가해 학생은 피해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다녔다고 한다.
법률자문

시사저널에 따르면 인천시 교육감은 이 사건을 언론 보도가 된 후에서야 알게 되었다. 경찰 조사 3개월 뒤였다. 법무법인 테헤란의 이수학 변호사는 "학교가 사건을 교육감에게 보호하지 않은 행위는 학교장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해태한(게을리한) 것"이라며 "역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사람들의 박지애 변호사는 종합했을 때 "학교장에게 형법상 직무유기죄(제122조)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학교측에서 교내 성폭력 발생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이러한 직무를 유기한 경우"라고 했다.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변호사는 "사건을 무마한 행위는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서적 학대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처벌 수위는 가파르게 올라간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②조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집 주소가 노출됐다
학교 측에서 져야 할 책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정서는 "학교가 사건을 축소시키고 합의를 위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누설했다"며 이 때문에 "집 주소가 유출돼 가해자로부터 '피해자가 오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고 말한다.
변호사들은 "학교의 개인정보 유출 역시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비밀누설금지'에 정확히 위배된다"고 했다.
이 법은 "학교폭력 대책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자는 직무로 알게 된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누설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무법인 세현의 조현정 변호사는 "학교 측이 이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당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고,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명재의 이재희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냈다. "누설 경위를 확인해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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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교장과 교감은 '학교 이름'이 알려질까 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진정서에서 드러난 문제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교장은 가해자 측에 "학교가 문 닫게 생겼다"고 이야기했고, 교감은 경찰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할 당시 "학교의 이름이 나가면 안 된다"며 강조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교장과 교감의 발언 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다.
변호사들은 "이 역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라며 "사건 축소 및 은폐 시도를 한 교장과 교감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테헤란의 이수학 변호사는 "학교가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는 학교폭력예방법 19조(학교장의 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피해 학생은 국가인권위원회, 교육부에 진정을 내는 방법으로 교장과 교감의 중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박지애 변호사도 "같은 법 11조에 따라 교육감은 교장의 이러한 은폐 시도가 있을 때 징계위원회 및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며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징계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