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뒤에서 껴안았다" 직장 상사 고소한 여성 직원, 법원은 왜 무죄를 선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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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뒤에서 껴안았다" 직장 상사 고소한 여성 직원, 법원은 왜 무죄를 선고했나

2026. 02. 12 16:1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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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건 성희롱 신고 모두 행정종결

1년 뒤 다시 고소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유죄 입증 부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던 여성 직원을 뒤에서 양팔로 껴안았다는 강제추행 혐의. 피해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포함해 총 17건을 신고했지만 모두 근거 없음으로 종결됐고, 1년이 지나서야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은 결국 무죄를 선택했다.


피해자의 진술은 왜 법정에서 힘을 잃었을까.


식당 실장과 사원, 그 사이에서 벌어진 일

사건의 무대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식당이다. 피고인 A는 이 식당의 실장으로, 피해자 D(여, 51세)는 같은 식당의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이라는 관계였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사실은 이렇다. 2021년 8월 26일 오후 3시경,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피해자 D를 피고인 A가 뒤에서 양팔로 껴안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형법상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A를 기소했다.


피고인 A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17건 신고, 전부 '근거 없음'으로 종결

이 사건에는 단순한 한 건의 추행 혐의 이상의 배경이 있다. 피해자 D는 사건 발생 약 1년 뒤인 2022년 8월 29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피고인을 신고했다. 그 내용은 2019년 10월경부터 2021년 8월 30일경까지 총 17건에 걸친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추행이었다.


그러나 노동청 조사 결과, 관련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17건의 혐의 모두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022년 11월 23일 행정종결 처리됐다. 피해자가 이 사건에 대해 별도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2022년 8월 30일, 사건 당시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목격자도, 부합하는 전문 진술도 없었다

법원이 무죄 판단에 이른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의 부재였다.


우선 추행 행위를 직접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해자가 추행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다고 알려진 동료 직원 B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뒤에서 껴안았다는 추행 행위를 당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B의 진술이 일관성과 법정에서의 태도 등에 비추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피해자의 주장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사건 당일의 매장 상황도 피해자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2021년 8월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해당 매장에서 총 47건의 결제가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손님이 없는 한산한 상태에서 추행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웠고, 매장 자체가 외부에 오픈된 구조여서 범행이 쉽게 목격될 수 있는 장소였다는 점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식당에서 근무한 다른 직원들도 피고인이 피해자나 다른 직원들에게 성희롱이나 추행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며, 피고인에게는 성범죄 전력도 없었다.


법원이 세운 법리의 저울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이 사건에서 두 가지 중요한 법리적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성인지적 관점의 한계에 대한 판단이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2018도7709)를 인용하며,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이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무제한 인정하거나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명시했다.


둘째, 피해자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유죄 증거인 경우의 판단 기준이다. 법원은 최근 대법원 판례(2023도13081, 2024. 1. 4. 선고)를 인용하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 진술 내용의 합리성, 객관적 정황과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유지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목격자 부재, 동료 직원 진술과의 불일치, 매장의 개방적 구조와 영업 중이었던 상황, 다른 직원들의 반대 진술, 피고인의 성범죄 전력 부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고 판단했다.


무죄추정의 원칙, 그리고 증명의 무게

이 판결에서 법원이 거듭 강조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의 원칙이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며, 그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석연치 않더라도, 검사가 법관에게 확신을 줄 만큼의 증명을 하지 못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박형민 판사는 2024년 2월 7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중요성을 존중하면서도, 객관적 증거와 정황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무죄추정의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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