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한테 폭행당하고 8일 뒤 사망한 여성…징역 10개월만 선고된 이유
남자친구한테 폭행당하고 8일 뒤 사망한 여성…징역 10개월만 선고된 이유
외도 의심해 여자친구 3차례 폭행…마지막 폭행 후 8일 뒤 사망
법원은 폭행치사 무죄, 폭행치상 유죄

여자친구를 폭행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 여성은 남자친구의 폭행 8일 만에 사망했는데, 재판부는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폭행치상 혐의만 유죄로 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로톡뉴스 DB·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교제 폭력' 사건이었다. 연인이 자신의 지인과 '바람을 핀다'고 의심한 50대 남성 A씨. 그는 연인의 집과 술집 등에서 피해 여성(49)을 손과 발로 마구 때렸다. 총 3차례였다. 결국 피해자는 3번째 폭행을 당한 뒤 8일 뒤에 숨을 거뒀다.
수사기관은 A씨가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를 "폭행치사(폭행을 통해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다)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모두 "그렇게 볼 수 없다"며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폭행치상(폭행을 통해 피해자를 다치게 했다) 혐의만 유죄였다.
그렇게 A씨에게 1⋅2심에서 모두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법원은 어째서 폭행치사 혐의를 무죄로 봤을까.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폭행 때문에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렇게 본 근거로 1심은 "3차 폭행으로부터 약 7일 동안 피해자에게 경막하출혈(외부 충격으로 인해 뇌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 안쪽 뇌혈관이 터지는 질환)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시했다. 피해자가 A씨의 폭행 때문에 사망했다면, 의학적으로 발견되어야 할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이어 "피해자가 사망 전날에도 음주해 만취 상태에서 폭행 외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폭행치사죄가 유죄로 인정되지 않은 결과 A씨에겐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우리 형법은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폭행치상죄는 이보다 처벌 수위가 더 낮다. 폭행치상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검사는 "2심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며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 6-3부(재판장 조은래⋅김용하⋅정총령 부장판사)는 1심과 같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2심도 1심 근거와 비슷했다. 사망 원인이 폭행 때문이 아니라 피해자의 음주 습관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장기간 다량의 음주를 할 경우 급성 경막하출형 발병 가능성이 높다"며 "경미한 외력에도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전문 의학지식이 없는 피고인(A씨)이 이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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