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사기친 뒤 동생 여권으로 10년간 해외도피 했던 남성, 결국…
11억 사기친 뒤 동생 여권으로 10년간 해외도피 했던 남성, 결국…
사기로 재판 받던 중, 동생 여권으로 해외로 출국한 뒤 잠적
약 10년 만에 한국 돌아온 남성⋯20년 전 사기까지 다 처벌 받았다

11억대 사기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던 한 남성이 자신의 동생 여권을 이용해 유유히 대한민국을 떠났다. 이후 이 남성을 다시 대한민국 법정에 세우기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다른 사람으로 신분을 위장한 여권을 들고 출국하는 건 영화 속에서만 있는 일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11억대 사기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던 한 남성이 자신의 동생 여권을 이용해 유유히 대한민국을 떠났다. 그때가 지난 2009년이었다.
이후 이 남성을 다시 대한민국 법정에 세우기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A씨는 지난 1995년부터 법정을 자주 드나들던 사람이었다. 수표 돌려막기를 하다가 약속한 돈을 지급할 때가 되면 은행에 '위조 수표' 신고를 해 시간을 벌거나, 거래처로부터 납품만 받고 대금은 치르지 않았다.
지난 2003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1억대 납품 대금 사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 그러자 A씨는 해외로 도주했고, 타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추방이 될 때까지 버티다 지난 2008년에야 한국에 강제로 소환됐다.
그런데, 그런 A씨를 검찰은 풀어줬다. A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사기피해 업체 역시 고소를 취하했다는 점 등을 들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2009년 8월, 동생 여권을 가져다 홀연히 중국으로 떠났다.
영영 자취를 감출 것 같았던 A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난 2020년 다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출입국 관리소는 과거 A씨 동생이 분실 신고를 했던 여권을 사용한 A씨를 적발했고, 이 일로 A씨는 그간 미뤄뒀던 모든 죗값을 치르게 됐다.
해당 혐의의 공소시효가 10년이니, 어쩌면 더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리라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A씨가 지난 2003년 저지른 사기 범죄에 대해 지난 2020년 10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상 범인이 형사처분을 피하기 위해 국외로 도피하면, 그 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정지되기 때문(제253조 제3항)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판결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또한, 지난 2009년 저지른 불법 출국 범죄(출입국관리법 위반⋅여권법 위반)에 대해서도 단죄했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은 "자신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임을 알면서도 동생의 여권을 사용해 해외로 출국하였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면서 재판을 회피함에 따라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다만, 늦게나마 귀국해 수사와 재판에 임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하고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리고는 항소심에서 이미 사기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고, 이 형량에 "불법 출국과 관련된 처벌도 포함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A씨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재판장 양경승 부장판사)는 어떤 판단을 했을까. 양 부장판사는 "양형에 고려할 만한 다른 사정도 보이지 않고,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며 징역 8개월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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