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인 버스 눈앞에서 뺏긴 기사… 형사 '유죄' 판결로 민사 '1.4억'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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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인 버스 눈앞에서 뺏긴 기사… 형사 '유죄' 판결로 민사 '1.4억' 받아냈다

2025. 09. 19 20:2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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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판결이 민사 승소 이끌어

관광버스를 되찾기 위해 3년간 싸운 지입차주가 운수회사와 대표에게 1억 4천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셔터스톡

2021년 1월 31일, 청주의 한 주유소 앞. 버스 기사 A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관광버스를 운수회사 대표 B씨가 끌고 가고 있었다. 리스료를 내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지만, 이는 3년에 걸친 기나긴 법정 싸움의 시작일 뿐이었다.


결국 B씨는 형사상 유죄를, 회사는 1억 4천만 원을 A씨에게 토해내라는 민사 판결을 받았다. 서류상 주인은 회사였지만, 법원은 진짜 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버스를 되찾기 위한 한 지입차주의 싸움, 그 전말을 살펴봤다.


''내 차가 내 차가 아니라고?'' 1심 무죄, 2심 유죄

검찰은 버스를 강제로 가져간 B씨를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를 도운 C씨를 방조 혐의로, 회사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불법 지입 경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버스의 실질적 주인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지입'이란, 개인이 자신의 돈으로 버스나 트럭 같은 사업용 차량을 구매한 뒤, 운송사업 면허가 있는 회사 명의로 등록해 영업하는 운행 형태를 말한다. 서류상 주인은 회사지만, 실제 차량 할부금, 세금, 수리비 등 모든 비용과 운행에 따른 손익은 개인이 책임지는 구조다.


1심 형사 재판부(청주지방법원 2021고정449)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버스의 실질적 소유주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외면했던 증거들에 주목했다.


2심 재판부(청주지방법원 2022노391)는 A씨가 버스 매매대금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차량 할부금과 각종 비용을 부담한 사실, 회사가 A씨에게 "미수금을 갚지 않으면 차를 회수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점 등을 근거로 A씨를 실질적인 차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차량 운행에 따른 손익 위험을 최종적으로 A씨가 부담했다"며 "피고인 회사가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B씨에게 벌금 200만 원, 방조한 C씨에게 벌금 50만 원, 회사에 벌금 100만 원의 유죄가 선고됐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형사 유죄, 민사 재판의 게임 체인저 되다

형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A씨는 회사와 B·C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청주지방법원 2021가단7078)을 제기했다. A씨는 버스를 빼앗겨 일하지 못한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그리고 지입 계약이 파탄 났으니 버스에 투자한 돈을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민사 재판의 흐름을 바꾼 것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형사 판결이었다. 민사 재판부는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 즉, B씨와 C씨가 불법적으로 A씨의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는 형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B씨와 C씨, 그리고 회사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 "빼앗긴 3년, 1.4억으로 배상하라"

민사 재판부는 A씨가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계산했다. 먼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로, 버스를 빼앗긴 기간 동안의 일실수입 4,923만 원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500만 원을 합한 5,423만 원을 인정했다. 이 금액은 회사와 B씨, C씨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더 나아가 재판부는 회사의 행위로 지입계약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고 계약 해제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계약 이전 상태로 모든 것을 되돌릴 원상회복 의무를 지게 됐다.


재판부는 A씨가 버스를 사기 위해 회사에 지급했던 현금 2,500만 원, 타이어·블랙박스·내부 조명 등 차량에 투자한 비용 1,050만 원, A씨가 대신 납부한 취득세·보험료 726만 원, 그리고 21개월 치 리스 할부금 4,308만 원까지 총 8,584만 원을 회사가 부당하게 이득 본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회사가 A씨에게 총 1억 4,008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중 5,423만 원에 대해서는 대표 B씨와 동료 C씨도 연대하여 책임지도록 했다.


반면, 회사가 "A씨가 회사 차를 무단으로 운행했다"며 제기한 5천만 원대 맞소송(반소)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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