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 죽겠다" vs "추워 죽겠다"…여름철 '에어컨 전쟁', 법은 누구 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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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 죽겠다" vs "추워 죽겠다"…여름철 '에어컨 전쟁', 법은 누구 편일까?

2025. 08. 18 11:3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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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와 법규는 '더위' 해소에 무게

하지만 '냉방병' 등 건강권 보호 장치도 명시

여름마다 반복되는 냉방 갈등. 법은 ‘더위’에 조금 더 민감하지만, ‘추운 사람’의 권리도 보호한다. /셔터스톡

한여름 사무실, 누군가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땀을 닦아내지만 바로 옆자리에선 경량 패딩과 담요가 등장한다. 지하철에서는 냉기가 싫어 문 앞에 섰다가 더운 바람이 들어올 때 "이불처럼 느껴진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관사 혼자 시원하면 다냐"며 비상 제동을 누르겠다고 협박하는 민원도 빗발친다.


'에어컨 전쟁'이라 불리는 이 해묵은 논쟁, 과연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법적 기준과 현실적인 데이터를 종합할 때 '덥다'는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춥다'는 소수의 의견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법이 '더위'에 더 민감한 세 가지 이유

법원은 개인의 성별, 나이,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체감온도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공공의 공간과 직장에서의 온도 기준을 정할 때는 몇 가지 뚜렷한 원칙을 따른다.


첫째, 압도적인 다수의 의견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접수된 냉난방 민원 50만여 건 중 무려 93%가 "덥다"는 내용이었다. 공공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편익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냉방 온도는 더위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맞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둘째, 국가가 정한 '객관적 기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를 26도로 권장한다. 공공기관은 한때 28도까지 상향되기도 했지만, 폭염과 쾌적함을 고려해 26도가 합리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지하철 역시 일반 칸 24도, 약냉방칸 25도로 설정돼 있다. 이 온도들은 '추워서 떠는' 상황보다는 '더워서 고통받는' 상황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셋째, 피해를 줄이기 더 쉬운 쪽은 '추위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통념이다. "추우면 겉옷을 걸치면 되지만, 더운 사람은 옷을 벗을 수 없지 않으냐"는 주장은 단순히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다. 법 역시 이러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해결 방안을 중요하게 여긴다.


추울 권리도 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소수가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은 '추위를 느끼는 사람'의 건강권과 인격권 역시 보호하고 있다.


특히 직장 내에서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상사가 일방적으로 에어컨 온도를 결정해 부하 직원이 냉방병에 시달리는 상황은 일본에서 '에어하라'(에어컨+허래스먼트)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이는 단순한 온도 갈등이 아닌, 직장 내 권력 관계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가 냉방을 할 때 외부보다 현저히 낮게 해서는 안 되며, 필요시 근로자에게 보온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해 근로자의 건강이 악화된다면 사업주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온도'가 아닌 '태도'를 정하라

결국 법이 제시하는 해답은 승자 없는 전쟁을 끝낼 '합리적 조정'과 '배려'다.


  • 공간 분리: 서울교통공사가 '약냉방칸'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수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추위에 민감한 소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갈등을 최소화했다.
  • 개별 조절: 사무실에서는 서큘레이터나 개인 선풍기를 활용하고,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자리에는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차를 줄일 수 있다.
  • 객관적 기준 준수: 모든 논쟁의 출발점은 정부 권장 온도인 26도다. 이 기준을 중심으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에어컨 전쟁'의 본질은 단순히 온도를 몇 도로 맞추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신체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과 배려의 문제다. 법이 가리키는 방향 역시 '절대적인 온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태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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