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음악인데, MR 파일 복사해서 가져간 게 문제? 대법원 "법적으로 문제 된다"
내가 만든 음악인데, MR 파일 복사해서 가져간 게 문제? 대법원 "법적으로 문제 된다"
자신이 만든 노래 'MR 파일' 외장하드에 복제해갔는데
대법원 "MR도 음반제작사 저작인접권 인정돼⋯값 치르지 않고 복제해갔다면 권리 침해"

완성된 노래가 아닌 악기연주만 녹음된 MR 파일도 법적 권리를 가질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한 가수와 그 노래로 음반을 제작한 기획사.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오랜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 건 다름 아닌 'MR 파일' 때문이었다. 완성된 노래도 아니고 반주만 담긴 MR 파일. 이 파일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가지고 이들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가수는 "내가 만든 노래이니 MR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작사는 "노래는 가수가 만들었어도, MR 파일은 우리가 제작했다"며 "복제해 쓰려면 값을 치러야 한다"며 권리를 주장했다.
이 사건 음반제작사 파스텔뮤직은 가수 겸 작곡가 차세정씨(에피톤프로젝트)와 지난 2014년 전속계약을 맺었다. 제작사는 차씨가 만든 노래로 2년간 총 5장의 음반을 만들었다.
순조로왔던 둘의 관계가 틀어진 건, 지난 2016년 제작사가 모 음원 유통사이트와 대규모 거래를 맺으면서였다. 제작사는 그간 제작한 음원 콘텐츠들에 대한 '마스터권'을 통째로 음원 유통사이트에 넘겼다. 당시 제작사가 음원 유통사이트에 넘긴 곡은 차씨가 만든 노래를 포함해 총 1688곡이었다.
'마스터권'은 쉽게 생각하면 노래를 음반으로 제작한 회사에게 인정되는 권리다. 악보에 머물던 노래를 음반으로 만들고 나면, 이를 방송에 송출하거나 온라인에서 스트리밍으로 제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그러니 제작사가 마스터권을 넘겼다면, 앞으로 해당 음반으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차씨는 제작사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합의서를 썼는데 저작권법상 복제·배포·대여권 등 음반에 대한 권리는 제작사가, 노래 원작에 대한 권리와 공연권은 가수가 갖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차씨는 제작사가 보관하던 MR 파일을 복제해 나갔다.
그리고 차씨는 이듬해 모 공연에서 복제한 MR 파일을 사용해 공연을 했다. 그러자 제작사는 "MR 파일에 대한 권리는 우리에게 있는데, 이를 차씨가 허락 없이 사용했다"며 "1억 20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소송을 걸었다.
앞서 1심은 제작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 자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음반제작자가 이미 다른 음원유통사에 음악에 대한 '마스터권'을 양도했다"며 "여기에는 공연용 MR 파일에 대한 권리도 포함된다"고 봤다. 앞서 음악에 대한 모든 권리를 타사로 넘겼으니,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바탕으로 차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후 항소심(2심)도 차씨의 손을 들어줬는데, 1심과는 판단 이유가 조금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차씨가 실제 관현악 연주자를 불러서 공연을 했기 때문에 문제의 MR 파일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고 방향을 틀었다.
그러면서 1심이 판시 이유로 삼았던 '마스터권' 이전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했다. "제작사가 마스터권을 넘기긴 했지만, MR 파일에 대한 권리까지 양도한 게 아니다"라고 판시한 것. 원 음원과는 별개로 MR 파일에도 독립적인 권리를 인정한 셈이었다.
그리고 3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종적으로 음반제작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고(차세정씨)가 원고(음반제작사)가 만든 MR 파일을 임의로 복제해 그 권리를 침해했다"면서 "차씨가 음악 원곡 자체에 대한 저작권이 있는 것과 별개로, 제작사가 가진 MR 복제권 등 저작인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저작인접권은 저작권과 별개로 주로 연주자나 음반제작사, 방송사가 갖는 권리다. 음악을 만든 사람이 저작권을 갖는다면, 이 음악을 연주하거나 음반으로 제작하고 방송으로 내보내는 권리 등은 저작인접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하고 있다. 여기에 MR 파일도 포함된 셈이다.
결국 노래를 직접 만든 원작자라도, 제작사가 그 노래로 만든 MR 파일을 이용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대법원은 차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항소심 법원(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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