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냉골에서 밥 한 끼만 먹인 양부모에…법원은 "친딸 양육해야 한다"며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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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냉골에서 밥 한 끼만 먹인 양부모에…법원은 "친딸 양육해야 한다"며 집행유예

2022. 06. 20 09:27 작성2022. 06. 20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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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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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아동이 직접 양부모 학대 신고

전문가들 "가스라이팅 당해…파양해야" 의견

재판부 "미성년 친딸 부양해야"…집행유예 선고

아이에게 폭언하고 원룸에 홀로 방치하며 학대한 양부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부모로서 기본적인 의무를 져버렸다고 지적하면서도 친딸을 부양해야 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형 사유로 밝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겨울에 초등학생 자녀를 난방이 되지 않는 원룸에 방치하는 등 학대한 양부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창원지법 형사5단독 김민정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40대 양부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160시간도 명령했다.


태어나자 입양⋯서류상 이혼 후 원룸에서 홀로 지내게 해

이 사건은 피해자 A군의 신고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12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A군은 경남 김해의 한 지구대를 찾아 양부모에게 학대당했다고 신고했다. A군은 "한겨울에 찬물로 목욕했다", "한 장 있는 이불로 절반은 깔고 남은 절반으로 덮고 잤다"고 진술했다.


지난 2020년 12월, 직접 지구대를 찾아 "얼어 죽기 싫다"며 자신을 학대한 양부모를 직접 신고한 아이. /JTBC 캡처
지난 2020년 12월, 지구대를 찾아 "얼어 죽기 싫다"며 자신을 학대한 양부모를 직접 신고했다. /JTBC 캡처


또한 부모에게 "너는 살 필요가 없다"거나 "산에 올라가 절벽에서 뛰어내려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조사 결과, A군은 지난 2010년 출생과 동시에 입양됐다. 이후 11살이던 지난 2020년부터 원룸에서 혼자 지내며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고 밥은 한 끼만 먹었다고 알려졌다. 한겨울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고 찬물로 목욕을 하는 등 추위에 떨었다. 당시 A군의 양부모는 원룸에 가정용 CC(폐쇄회로)TV를 설치한 뒤 일상을 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부모는 앞서 지난 2017년과 2019년에도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7년 아동학대로 재판에 넘겨진 A군 양모는 보호처분을 받았고, 2019년에는 무혐의를 받았다. 무혐의 처분 당시 A군은 자신의 피해 사실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로서 기본적 의무 저버렸다" 지적하긴 했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A군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가스라이팅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통제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정서적으로 지배하는 학대 행위를 의미한다.


지난달,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 사건 심리를 맡은 재판부에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를 통해 의사회는 양부모가 자신들의 잘못된 지시에 잘 따르는 경우 라면을 보상으로 주면서 피해 아동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었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랄 수 없도록 학교와 또래 집단 등 정상적인 사회로부터 격리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A군 나이를 감안하면 양부모의 가해 행위는 신체 손상과 달리 정신 건강 발달에 영구적인 피해를 주는 매우 심각한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했다. 파양(양자 관계의 인연을 끊음)이 필요하다고도 진단했다.


하지만 양부모는 재판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사랑으로 A군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민정 부장판사는 "피해 아동을 입양해 친딸과 키우면서 처음에는 많은 애정을 쏟은 것으로 보이나, 악화된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서류상 이혼으로 사실상 방임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 아동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명목으로 어린 피해 아동을 희생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부모로서 기본적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미성년자인 친딸을 양육해야 하는 점이 고려돼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의사 단체 "정인이 사건 교훈 잊은 것 같다" 반발

판결에 대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반박 의견을 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A군 양모는 2017년 아동학대 신고로 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이후 A군과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있었지만, 학대는 그 이후부터 실질적으로 심해졌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가 피해 아동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스럽다"며 "이런 판결 자체가 아동학대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의미로,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교훈을 잊은 것 같다"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이번 판결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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