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어들기 안 시켜줬다고 '카악 퉤'…몸에 묻지 않아도 폭행입니다
끼어들기 안 시켜줬다고 '카악 퉤'…몸에 묻지 않아도 폭행입니다
차 안으로 침 들어갔다고 본 2심 재판부…벌금 70만원 선고
신체 접촉 없어도 성립⋯흙 튀거나 물 뿌리는 것도 폭행

끼어들기 안 시켜줬다고 옆 차량 조수석을 향해 침을 뱉은 혐의를 받는 운전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는 폭행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2020년 8월, 운전자 A씨는 서울 광진구의 한 도로 2차로에서 1차로로 끼어들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옆 차선에 있던 B씨 차량이 양보를 해주지 않아 실패. 이에 화가 난 나머지, A씨는 차에서 내려 B씨 차량의 조수석을 향해 침을 뱉었다.
이러한 행동으로 폭행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김춘호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폭행 혐의를 받는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침을 뱉었을 뿐, B씨를 때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 로톡뉴스가 알아봤다.
우선, 형법상 폭행죄(제260조 제1항)는 '사람의 신체에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했을 때 성립한다. 죄가 인정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그런데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유형력'이 무조건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체 가까이에서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했다면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엔 화분을 휘두르다가 타인에게 흙이 튄 것도 폭행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 외에 타인에게 컵에 든 물을 뿌리는 경우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B씨에게 직접 주먹을 휘두른 건 아니지만, 침을 뱉었다면 '폭행죄'가 검토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1심 결과는 '무죄'였다. A씨의 침이 B씨에게 묻지 않았다는 정황 때문이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뱉은 침이 B씨의 팔에 묻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밖에 없다"며 "당시 조수석 창문이 절반밖에 열려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설령 A씨의 침이 B씨의 팔에 묻었다 해도 다소 우연한 사정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의 고의성도 확인되지 않아 폭행죄 성립은 힘들다는 의미였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일단 A씨가 뱉은 침이 B씨의 차량 안까지 튀어 들어갔다고 봤기 때문이다. B씨의 차량 창문에 광범위하게 침이 묻어 있는 사진이 근거였다.
김춘호 부장판사는 "사진 속에서 침이 창문 유리의 상단에 묻어있다"며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넓게 분사된 것으로 보아 침의 일부는 피해자 차 안으로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는 1심과 달리 침이 몸에 묻지 않았어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 B씨가 'A씨는 나를 향해 침을 뱉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점도 유죄의 증거로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에게 침이 닿지 않았다 해도 폭행죄는 그 도구가 피해자 신체에 접촉함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으며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며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