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라 했다고 유죄? 대법원 “맥락 보면 정당행위”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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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라 했다고 유죄? 대법원 “맥락 보면 정당행위” 뒤집기

2025. 10. 27 16:5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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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비판 표현 둘러싼 법정 공방

"맥락 고려해야" vs "명백한 경멸 표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기자 출신 언론사 대표를 향해 "D씨는 E에서 거물급 기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단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해당 표현이 언론인의 공적 활동과 관련된 의견을 압축한 것이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모욕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기레기'라는 경멸적 표현이 모욕적이라는 기존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표현이 사용된 맥락과 동기에 따라 처벌이 면제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해 법조계 내에서 공적 비판의 자유와 모욕죄의 경계에 대한 해석을 두고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 여론조작 의혹과 '기레기' 논란의 전개

이번 논란은 시민기자인 피고인 A씨와 지역 언론사 대표이자 기자(피해자 D씨) 사이의 공적 갈등에서 비롯됐다.


  • 공적 문제 제기: 피해자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기관의 선거 여론조사 조작 의혹(선거여론조사심의위 결정)과 피해자가 연루된 H 집행위원회 기부금 집행 논란이 있었다.


  • SNS 비판: 피고인 A씨는 이러한 사실들을 근거로 피해자의 소극적인 보도 행태와 직업 윤리에 대해 SNS에 여러 차례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했다.


  • 결정적 표현: 피해자가 피고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동시에 자신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시하자, 피고인은 그에 대한 반박 글을 올린 후 "D씨는 E에서 거물급 기레기라 할 수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게시했다.


1심과 2심은 해당 표현을 모욕죄로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의 판단: 위법성이 조각되는 세 가지 이유

대법원은 비록 '기레기'라는 표현 자체는 모욕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았다.


  • 객관적 타당성 있는 사실 기반: 피고인의 비판은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기본적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었으며, 내용이 터무니없거나 허황되지 않다.


  • 의견을 압축한 표현: '거물급 기레기'는 자신을 향한 의혹에 해명 없이 오히려 비판자를 고소한 피해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다소 감정을 섞어 압축적으로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된 표현으로 평가했다.


  • 지나친 악의성 없음: '기레기'가 기자를 비하하는 속어이지만, 이 사건 표현은 언론인의 고소 등 행태와 관련된 것이며, 그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조계의 엇갈리는 해석: '경멸성' vs. '맥락'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법조계 내부에서는 어떤 기준에 방점을 찍을지를 두고 해석이 갈리고 있다.


'위법성 조각' 찬성 측: 공적 비판의 폭을 넓히다

이 판결을 긍정하는 측은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가 확장되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대법원이 피고인의 동기, 경위, 맥락, 피해자와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 것은 정당한 공론 형성에 기여한다는 해석이다.


한국언론법학회 등은 "언론인 등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은 일반인보다 더 넓은 허용 범위가 필요하다"는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하며, 언론의 공적 책임에 대한 시민 비판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변호사 A씨는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먼저 고소하여 갈등이 격화된 점, 비판의 내용이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적인 의혹이었다는 점이 무죄 취지 판단의 결정적 근거"라고 분석했다.


'모욕성' 유지 측: 표현의 경멸성은 간과할 수 없다

반면, 이 판결이 '기레기'라는 명백한 경멸적 표현 사용을 용인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변호사 B씨는 "대법원이 '표현 자체는 모욕적'이라고 인정했음에도 위법성을 조각한 것은, 경멸적 속어의 인격권 침해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공적 비판이라도 욕설과 비하는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호사 C씨는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취지를 따르겠지만,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는 기준 자체가 주관적일 수 있어, 앞으로 유사 사건의 하급심 판단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이번 판결은 향후 온라인상에서 언론인이나 공적 인물을 비판할 때, 어떤 사실을 전제로 어떤 맥락에서 어떤 수위의 표현을 사용했는지가 모욕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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