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 판돈 20만 원에… 20년지기 몸에 불 지르고 보험금 타낸 비정한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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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 판돈 20만 원에… 20년지기 몸에 불 지르고 보험금 타낸 비정한 형님

2026. 02. 12 16:1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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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불 붙었다" 변명하며 보험금 800만원 타내

대법원 징역 35년 확정

윷놀이 도박 중 시비로 20년 지기 친구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숨지게 한 피고인에게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셔터스톡

"단지 겁만 주려고 했습니다." 20년 지기 친구를 산채로 불태워 죽게 만든 남자의 변명은 구차했다. 윷놀이 도박판에서 잃은 돈 20만 원, 그리고 "한 판 더 하자"는 제안을 거절당했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법원은 이 잔혹한 범죄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로톡뉴스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1심 판결문부터 2024년 확정된 대법원 판결문까지 분석해, 윷놀이 판에서 시작된 비극의 전말을 재구성했다.


"한 판 더 해!" 거절하자… 20년 우정에 휘발유를 부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 4일 저녁, 전남 고흥군의 한 컨테이너에서 벌어졌다. A씨는 약 2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동생이자 피해자인 69세 B씨 등 지인들과 함께 윷놀이 도박을 하고 있었다.


게임은 A씨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A씨는 내리 두 판을 졌고, 20만 원을 잃었다. 약이 오른 A씨는 B씨에게 "다시 윷을 놓자"며 재경기를 종용했다. 하지만 돈을 딴 B씨는 이를 거부하고 컨테이너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A씨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는 B씨를 뒤쫓아가 멱살을 잡고 강제로 컨테이너 안으로 끌고 들어와 소파에 앉혔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20리터짜리 기름통을 집어 들었다.


A씨는 B씨의 몸에 휘발유를 들이부었다. 그리고는 라이터를 켜 B씨의 몸에 가져다 댔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B씨의 몸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실수로 난로가 넘어진 것"… 보험금까지 타낸 뻔뻔함


B씨는 온몸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피부의 20~29%가 타들어 가는 중상이었다. 하지만 A씨의 악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B씨가 치료를 받는 사이, 범행 현장에 있던 목격자와 입을 맞췄다.


"내가 실수로 난로를 넘어뜨려서 불이 난 걸로 하자."


자신의 고의적인 방화 범죄를 실수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려는 속셈이었다. 실제로 A씨는 보험사에 "난로를 넘어뜨려 B씨가 화상을 입었다"고 허위 신고를 했고, 일상배상책임 보험금 명목으로 800만 원을 타냈다. 이 돈을 나누기로 공모한 목격자 측에게는 200만 원을 건넸다.


심지어 A씨는 B씨가 사망하기도 전에 유족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B가 사망하면 보험금 2억 원이 나오니, 그 돈으로 합의금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사실 A씨는 범행 7개월 전, B씨를 피보험자로 하고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사망 보험(상해사망 시 2억 원)에 몰래 가입해 둔 상태였다.


법정에 선 A씨 "담배 피우려다 불 붙은 것"


4개월 넘게 화상 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 신음하던 B씨는 결국 패혈증과 농흉 등으로 2023년 3월 사망했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그는 법정에서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살해할 고의는 없었습니다. 겁만 주려고 기름을 뿌린 건데,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켰다가 실수로 불이 붙은 겁니다."


또한 그는 "기름통에 든 게 휘발유가 아니라 등유인 줄 알았다"며 등유는 불이 잘 붙지 않으니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단칼에 잘랐다.


재판부는 "휘발유 유증기는 공기보다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는다"며 "피고인 주장대로 피해자와 떨어진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려 했다면 불이 붙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피해자 몸 가까이에 라이터를 갖다 댔기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에도 화상 흔적이 있었는데, 이는 불을 직접 붙일 때 생기는 전형적인 상처였다.


재판부는 A씨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피고인은 20년 지기인 피해자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피해자는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참혹한 고통 속에서 생명을 잃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대법원 "잔혹한 범행, 35년 형 타당"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쌍방 항소했다. 2심에서도 A씨는 "피해자가 사망한 건 화상 때문이 아니라 지병이나 수술 합병증 때문"이라며 인과관계를 부정하려 애썼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심각한 화상으로 전신 상태가 악화되어 감염에 취약해졌고, 이것이 패혈증의 원인"이라며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족에게 사망 원인을 전가하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며 "피해자 유족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항소심 결론 역시 징역 35년이었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2024년 9월 12일, A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35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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