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시간 만에 꺼진 동해안 산불…불 낸 사람 잡아도, 피해 수습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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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시간 만에 꺼진 동해안 산불…불 낸 사람 잡아도, 피해 수습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

2022. 03. 24 11:50 작성2022. 03. 24 12:22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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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낸 사람을 찾아도, 피해 수습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전문가들은 한번 숲이 불타고 나면, 산림이 복구되기까지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한다. 돈으로 환산조차 어려운 산불 피해. 이에 사람들은 "불을 낸 가해자를 붙잡아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일대 2만 923ha(헥타르)를 태운 산불이 213시간 만에 진화됐다. 잇따라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 피해(4000ha)까지 합친다면, 서울 전체 면적의(6만 520ha) 절반 가까이가 불탄 것과 같다. 산불을 끄기 위해 들인 시간도, 지난 198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가장 길었다. 이번 산불은 국내에서 일어난 역대 최대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번 숲이 불타고 나면, 산림이 복구되기까지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한다. 돈으로 환산조차 어려운 산불 피해. 이에 사람들은 "불을 낸 가해자를 붙잡아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산림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울진·삼척 산불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만약, 사람에 의해서 불이 났고 그가 붙잡힌다면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산불을 끄기 위해 들인 막대한 비용과 피해 보상까지 모두 요구할 수 있을까?


지난 16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울진·삼척 산불 발화지점에서 울진군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 관계자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으로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울진·삼척 산불 발화지점에서 울진군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 관계자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합동으로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산불' 역대 사례 보니⋯가해자 붙잡기도, 재판 넘기기도 어려워

결론부터 말하면, 대형 산불을 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건 쉽지 않다. 산림청이 발행한 '2020년 산불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최근 10년간 100ha가 넘는 산림이 불탄 사건은 총 16건이었다. 산림청은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100ha(축구장 약 130개) 이상인 경우 등을 '대형 산불'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일어난 대형 산불 16건 가운데 절반이 용의자를 특정조차 못한 상태였다. 또한 용의자를 붙잡고도 혐의를 밝히지 못해 풀어주거나(2018년 강원 '삼척 노고면' 산불), 피고인이 재판 도중 사망해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도 있었다(2019년 강원 '인제 남면' 산불).


이렇게 책임 소재를 가리지 못한 사건들의 산불 진화와 복구 등에 든 비용은 고스란히 국가와 지자체 부담으로 돌아갔다.


지난 4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서울 면적의 약 40%를 태우고 213시간 만에 꺼졌다. 해당 그래픽은 특정 지역과 상관 없이 가장 비슷한 면적을 표시한 것. /그래픽 =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4일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서울 면적의 약 40%를 태우고 213시간 만에 꺼졌다. 해당 그래픽은 특정 지역과 상관 없이 가장 비슷한 면적을 표시한 것. /그래픽 =조소혜 디자이너


불 낸 사람을 찾아도, 돈 못 받는 건 똑같았다

심지어 산불 가해자를 검거해, 형사 확정판결까지 받아냈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강원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 사례가 그랬다. 약초꾼 2명이 무심코 던진 담뱃불로 불탄 산림은 244ha. 축구장 330개가 넘는 크기였다. 당시 소방 헬기 19대와 소방차 71대, 인력 2485명이 투입됐고, 장장 36시간 만에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산림 복구 비용은 9억 9000만원, 진화 비용엔 3억 5000만원 가량이 소요됐다.


그간 산림청 등은 실수로 불을 냈더라도, 불법 요소가 있으면 불을 낸 당사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 말대로라면 산림 복구나 진화에 쓰인 13억원 가량은 가해자들에게 청구됐어야 했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 14일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관련 사건 구상권 청구 문제는 산림 관할인 강원도에 일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톡뉴스 취재 결과, 강원도청에선 해당 사건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강원도청 관계자는 "2017년 강릉 옥계 산불 관련으로 가해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내용이 없다"고 로톡뉴스 측에 밝혔다. 이어 "산불 진화용 헬기나 장비, 인력 지원 비용 등은 산림청과 인접 시군 등에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보면 지자체에서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가해자가 일반 개인인 이상 수억원에 달하는 복구 비용을 온전히 변제받기 힘들다는 측면도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다시 한번 산불을 수습하는데 든 모든 비용은 국가와 지자체 예산으로 소요된 상황이었다.


그나마 구상권 청구가 진행 중인 건, 지난 2019년 한국전력의 전신주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꼽힌 강원 '고성 토성면' 산불 사건 정도다.


이번에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면적은 최근 10년간 산림청이 '대형산불'로 규정한 16건의 산불 피해 면적을 합한 것보다 크다. /연합뉴스⋅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이번에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면적은 최근 10년간 산림청이 '대형산불'로 규정한 16건의 산불 피해 면적을 합한 것보다 크다. /연합뉴스⋅편집 및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산불 피해 복구 비용 약 1700억⋯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역대 최대 산불 피해로 기록된 2022년 울진·삼척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불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가해자가 아닌, 온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정부는 이번 산불에 따른 복구 비용이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소요된 1671억원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에도 해당 산불을 진화하는 데 191시간이 걸렸다. 213 시간 만에 진화 된 이번 산불과 가장 비슷하다.


지난 11일 저녁 산불 진화 헬기가 철수함에 따라 인력을 중심으로 진화에 나섰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지난 11일 저녁 산불 진화 헬기가 철수함에 따라 인력을 중심으로 진화에 나섰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심지어 산불을 낸 가해자를 붙잡더라도, 엄중한 처벌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림보호법 제53조 제5항은 실수로 산불을 낸 사람이라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지만, 실제론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2017년 강원 '강릉 옥계면' 산불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5월, 1심을 끝으로 형사 판결이 확정됐는데 피고인 2명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직접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던진 A씨는 징역 1년, 이를 보고도 말리지 않은 B씨는 징역 6월이 선고됐지만 둘 다 2년간 집행이 유예됐다.


지난달 17일에는 2018년 강원 '고성 토성면' 산불에 연루된 한국전력 전현직 직원 7명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지만, 이들이 과거 산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8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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