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분이면 도착" 홍보해놓고 2시간 걸린 한강버스, 속도 부풀리기 들통
"54분이면 도착" 홍보해놓고 2시간 걸린 한강버스, 속도 부풀리기 들통
재량권 남용에 국가배상 책임까지
시민 피해 구제 법적 분쟁 불씨 남아

한강버스 /연합뉴스
출퇴근길 혼잡을 덜어줄 획기적인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한강버스가 잦은 고장과 거북이 운행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퇴근하겠다던 당초의 낭만적인 청사진과 달리 현실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촌극의 연속이었다.
서울시는 마곡과 잠실 구간을 급행 기준 54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운항에서는 2시간 가까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잦은 고장까지 겹치며 운항 열흘 만에 탑승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감사원이 밝혀낸 속도 부풀리기…경고음도 철저히 무시
이러한 늑장 운항과 파행의 배경에는 행정 당국의 무리한 속도 부풀리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한강버스의 도입 전 실험 예상 속도는 시속 14.5노트에서 15.6노트 사이였으나 서울시는 이를 17노트로 상향해 발표했다.
애초에 54분 만에 주파할 만큼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시간표를 짜고 홍보에 나선 것이다.

내부 심사 과정에서도 뚜렷한 경고음이 울렸으나 철저히 외면당했다.
한 외부 심사위원이 경제성 시뮬레이션도 해보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시 관계자들은 이미 역점사업으로 알렸다며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논리로 사업 개시를 강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 정확한 속도를 확정하기 어려웠다며 신속한 시정을 약속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속도 부풀리고 경고 무시한 서울시 행정 재량권 남용 도마 위
전문가들은 경제성 부족 지적을 무시하고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어붙인 대목이 행정소송법상 재량권 일탈 및 남용으로 직결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 등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지만 그 재량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속되어야만 한다.
대법원 선고 99두3812 판결에 따르면 행정청이 수송 수요와 공급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객관적 합리성 없이 기계적으로 기준을 적용한 경우 위법하다고 본다.
특히 외부 위원의 객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정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시민이 입게 될 불이익을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고 강행한 것은 중대한 문제다.
대법원 2017두38874 판결은 이러한 형량의 부재를 그 자체로 재량권 불행사로서 취소사유가 되는 위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실험 결과와 전혀 다른 허위 속도를 시민들에게 홍보한 점은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한 사실오인에 해당하여 재량권 남용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
시민 피해 구제할 국가배상 책임 성립 가능성 열려 있어
시민들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 수단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허위 홍보와 무리한 강행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법원은 어떠한 행정처분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준에 이르면 불법행위 책임을 묻고 있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5가단5479 판결).
이번 사안의 경우 단순한 행정 판단의 오류를 넘어 경제성 부족을 인지하고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업을 강행하여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구체적인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입증된다면 시민들의 배상 청구가 현실화될 수 있다.
감사원의 시정 요구 역시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서울시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이며 향후 관련 처분의 취소소송 등 대규모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