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의 황당한 요구 “수갑 좀 풀고 가면 안 돼요?”… 법은 뭐라고 할까
마약왕 박왕열의 황당한 요구 “수갑 좀 풀고 가면 안 돼요?”… 법은 뭐라고 할까
범죄인 인도 호송의 법적 진실

25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경찰청에서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이 압송되는 모습. /연합뉴스
필리핀 클라크필드 공항, 엄중한 경계 속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모자 아래 덥수룩한 수염, 팔뚝에 새겨진 문신. 수건으로 가려진 두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바로 필리핀을 거점으로 활동했던 '마약왕' 박왕열이다.
지난 25일 법무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국 호송팀과 필리핀 교정청 간의 서류 작업이 끝나고 국적기에 오르자 호송팀은 지체 없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일반 승객이 동승한 비행기 안, 양옆에 호송관이 밀착 감시하는 압박감 속에서 박왕열은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근데 갈 때 이거(수갑) 풀고 가면 안 돼요?"
마약 조직의 수괴가 비행기에 앉자마자 꺼낸 이 불편한 요구, 법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까?
비행기 안에서 수갑, '무조건' 차야 할까?
"범죄자 인도 과정에서는 비행기 탑승 시 수갑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고 흔히 말하지만, 법적으로 엄밀히 따져보면 조금 다르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수갑 착용은 기계적인 절대적 의무라기보다는 호송 안전을 위해 허용되는 정당한 보호장비 사용 권한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성을 판단하여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상 국제 범죄인 인도, 특히 박왕열과 같은 중범죄자의 경우 도주나 자해, 타인에 대한 위해 위험이 극도로 높다. 더구나 일반 시민들이 탑승한 상공의 여객기 안이라면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므로, 수갑 착용은 사실상 원칙이자 필수적인 조치다.

수갑 외에 지켜야 할 엄격한 범죄인 인도 절차
국경을 넘어 범죄자를 데려오는 일은 단순히 비행기에 태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양국 간의 치밀한 법적 절차가 의무화되어 있다.
- 필리핀 당국의 인도장 발부 및 신병 인수: 범죄인을 넘겨주는 국가(필리핀)는 공식적인 서류인 '인도장'을 발부해야 하며, 범죄인을 요구한 청구국(대한민국)의 호송팀은 현지 공항에서 이 서류와 함께 신병을 안전하게 인수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 국적기 탑승과 동시에 국내 영장 집행: 대한민국 국적기는 국제법상 우리 법역이 미치는 공간이다. 따라서 호송팀이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대한민국 국적기에 탑승했기 때문에 영장을 집행하겠다"며 사전 발부된 국내 '체포영장(또는 구속영장)'을 집행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것은 정확한 법적 절차의 이행이다.
- 지체 없는 호송 의무: 범죄인을 인도받은 호송팀은 지체 없이 국내로 범죄자를 호송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 기한 내 미인수 시 석방: 만약 정해진 인도 기한까지 청구국이 범죄자를 인수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해당 범죄자를 석방해야 하는 엄격한 시간적 제한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