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했더니 변호사비 770만원 '폭탄 청구서'...알고보니 법적 효력 없는 '압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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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소했더니 변호사비 770만원 '폭탄 청구서'...알고보니 법적 효력 없는 '압박용'

2025. 11. 04 09:2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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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청구서, 법적 효력 없다"

770만원 청구서의 정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소송에서 졌다는 사실보다 더 황당한 건, 며칠 뒤 날아온 770만원짜리 변호사비 청구서였다.


2000만원 규모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A씨는 최근 승소한 원고 측으로부터 변호사비 770만원을 7일 내에 입금하라는 내용증명을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판결에 따른 이자는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의 3배가 넘는 변호사비 청구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겼으니 다 내놔"...770만원 청구서의 정체

A씨가 휘말린 사건은 소송가액(소송으로 다투는 금액) 약 2000만원의 소액 민사사건이었다.


재판 결과 A씨는 패소했고, 법원은 원고에게 원금과 함께 연 12%의 법정이자, 그리고 '소송비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판결을 받아들이고 이자를 지급할 준비를 하던 중 원고로부터 두 통의 내용증명(우체국을 통해 발송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을 받았다.


하나는 판결문에 명시된 이자 지급 청구서였고, 다른 하나는 원고 측 변호사 비용 770만원(부가세 포함)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이었다.


특히 변호사비 청구서에는 '수령일로부터 7일 내에 입금하지 않으면 소송비용확정 및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압박성 문구까지 담겨 있었다.


A씨는 "패소했으니 비용을 무는 건 맞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변호사비를 그대로 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뻥튀기 청구서, 법적 효력 없다"...변호사들 '만장일치'

A씨의 사례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응할 필요가 없는 부당한 청구'라고 입을 모았다.


소송에서 이긴 쪽이 상대방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하려면, 법원에 '소송비용액 확정신청'이라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 절차를 통해 법원이 양측의 주장을 듣고 실제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비용을 결정해주며, 이 결정문이 있어야만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정준현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상대방이 보낸 변호사비용 청구 내용증명은 법적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며 "7일 내 입금 요구는 강제성이 없는 법적 압박용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김상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정중동) 역시 "단순한 내용증명만으로는 강제력이 발생하지 않으며, 이에 응할 법적 의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즉, 원고 측이 임의로 보낸 770만원짜리 청구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희망 금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법원이 인정하는 변호사비, 대체 얼마길래?

그렇다면 A씨가 실제로 부담해야 할 변호사 비용은 얼마일까.


우리 법은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을 통해 소송가액에 따라 패소자가 부담할 변호사비의 상한선을 정해두고 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소송가액 2000만원인 사건의 경우, 승소 측이 패소 측에 청구할 수 있는 변호사 보수는 최대 200만원(소송가액의 10%)을 넘기 어렵다.


결국 원고 측이 실제로 지불한 변호사비가 770만원이라 할지라도, 법원을 통해 A씨에게 받아낼 수 있는 돈은 약 200만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원고 측의 770만원 청구는 이 규칙을 무시한 '뻥튀기' 청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A씨가 원고에게 '법원의 소송비용액 확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A씨는 원고 측의 770만원 청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전혀 없다.


판결문에 명시된 이자는 지급하되, 변호사비는 법원의 '소송비용액 확정결정'이 나온 뒤 그 금액만큼만 지급하면 된다.


소송에서 졌다는 심리적 위축감을 이용한 부당한 청구에 휘둘리지 않고, 법이 보장하는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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