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정법원을 향한 대법원의 지적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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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정법원을 향한 대법원의 지적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2021. 04. 26 17:47 작성2021. 05. 06 17:40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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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걷어차고, 칼 들고 위협해 형사처벌까지 받은 남편⋯그런데 이혼 사유는 안 된다?

대구가정법원 "아내 태도가 남편의 폭행을 유발했다" vs. 대법원 "어떤 이유든 정당한 폭행은 없다"

귀가 시간 등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내를 때리고 협박한 남편. 아내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아내가 부부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기각한 일이 있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 어떤 판단이 나왔을까. /대법원 홈페이지⋅대구가정법원 홈페이지⋅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 남자가 베트남 국적 아내의 뺨을 때리고 발길질을 했다. 귀가 시간 등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잇따른 폭행의 이유였다. 급기야는 아내에게 칼을 들이밀며 협박하기도 했다. 그는 이 일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그 직후 아내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년 넘게 폭력을 휘두르고 칼 들고 협박까지 한 남편을 상대로 한 이혼소송. 아내의 청구가 인용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혼할 수 없다"며 아내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가정법원은 "아내가 부부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했고, 이로 인해 남편이 일시적·우발적으로 폭행한 것"이라며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자칫 아내가 맞을 짓을 했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논란의 판결이었다.


다행히 이 판결을 대법원에서 바로잡았다. 지난달 25일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런 사정은 원고(부인)의 이혼 청구를 배척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아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반복적으로 폭력 행사, 두 사람은 이혼해라" 대법원 판결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만 봐도, 이 정도 폭행이면 이혼하는 게 맞습니다."


임채웅 변호사(법무법인(유) 태평양)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힘을 싣는 평가를 내놨다. 임 변호사는 지난 20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등으로 재직했고, 10년 넘게 가사사건 분야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다.


임 변호사는 "원심에서 아내의 이혼 청구가 기각된 점이 오히려 이례적"이라며 "설사 아내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더라도, 형사처벌까지 이뤄진 가정폭력이 이혼 사유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임 변호사가 정리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러했다.


① 남편은 대한민국 국적, 아내는 베트남 국적이다.

② 아내가 직장에 나가면서부터 10개월간 귀가 시간 문제를 두고 다툼이 잦았다.

③ 혼인신고 이후 1년 7개월간 남편은 아내에게 3차례에 걸쳐 폭력을 휘둘렀다.

④ 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로 남편에게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는 원심과 대법원이 모두 인정한 사실관계였다. 아내의 태도를 떠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남편이 결혼생활 중에 아내를 폭행했고, 이 때문에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대법원 역시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두 사람의 이혼을 허용했다.


대법원은 "남편이 아내에게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했고, 부엌칼을 들고 아내를 협박하는 등 폭력의 정도가 무겁다"면서 "이러한 폭력으로 인해 부부관계의 바탕이 돼야 하는 애정과 신뢰가 상실됐고,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정도가 됐다"고 판시했다. 이혼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대구가정법원은 왜 이혼을 기각했나⋯아내가 갈등 유발했고, 남편이 결혼생활 유지 원해

반면 원심이었던 대구가정법원은 아내가 불화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 우선순위를 뒀다. 그리고 남편이 저지른 폭행의 강도는 비교적 낮게 평가했다.


대구가정법원은 "남편이 아내의 잦은 외출과 귀가 시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을 했는데도, 아내가 태도를 개선하지 않았다"며 "남편에게 일방적인 이해를 요구하고, 이해할 수 없다면 이혼하자고 요구하는 등 갈등을 격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렇게 아내가 갈등을 유발해 부부싸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일시적이고 우발적으로 폭행하게 된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남편의 행위는 엄연한 폭력이었지만, 항소심은 그럴 만했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더군다나 폭행 가해자인 남편이 아내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며, 두 사람의 결혼 관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법원의 논조는 대법원의 판결로 무너졌다. 대법원은 "아내가 남편의 폭력 행사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원심의 판결은 잘못됐다"며 어떤 이유로든 남편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쪽에 우선순위를 뒀다. 폭력으로는 가정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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