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 권리를 14가지나 침해한 교도소를 고소합니다" 한 재소자의 황당한 1억 소송
[단독] "내 권리를 14가지나 침해한 교도소를 고소합니다" 한 재소자의 황당한 1억 소송
강력 범죄로 수감된 재소자의 '1억원 손해배상' 소송
그가 주장하는 소송 이유 14가지를 확인해봤다
![[단독] "내 권리를 14가지나 침해한 교도소를 고소합니다" 한 재소자의 황당한 1억 소송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19-12-20T18.26.15.455_234.jpg?q=80&s=832x832)
교도소에서 여러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이씨. 국가를 상대로 1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안녕하세요, 대한민국님. 당신은 내게 하나, 둘, 셋... 총 14건의 부당함을 줬습니다. 고로 9939만900원을 배상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수용자 이씨. 강력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지만, 이씨 생각엔 교도소에 문제가 많다.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이씨는 이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주요 언론사 여러 곳에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지난 5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이 1억원에 육박했다.
①왜 내 편지 막아? 막지마
이씨는 편지를 검열한 교도소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바깥에 자신의 처지를 알리려는 노력을 교도소가 막았다는 것이다. 그는 교도소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편지는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특히 감사원에 보낸 편지를 교도소가 막은 건 '부당한 검열'이라고 봤다.
②제대로 된 속옷을 줘야지
몸에 맞지 않는 속옷을 준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몸 여기저기에 두드러기가 생겼고, 원래 있던 피부 문제도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③왜 제대로 복사 안 해줘
문서를 복사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교도소가 엉망으로 복사물을 갖다 준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글자가 삐뚤빼뚤하게 복사돼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는 거였다. 또 복사 요청에 바로바로 응답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봤다. 복사물을 한꺼번에 갖다 준 것도 불만이었다.
④따뜻한 물 사용하게 해줘
따뜻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교도관과 다툼이 벌어진 점도 소장에 들어갔다. 이때 교도관이 "왜 나도 고소하게?"라고 말했는데, 이씨는 이런 대우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⑤보험 회사에 전화하게 해줘
보험 환급금을 받으려면 보험회사에 연락해야 했는데, 제때 전화를 쓰지 못하게 한 점도 문제 제기에 포함시켰다.
⑥교도소장이랑 면담하게 해줘
이런 문제들을 상담받으려고 교도소장과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것도 받아주지 않았다. 역시 문제라고 주장했다.
⑦방석 쓰게 해줘
이씨는 교도소 때문에 평소 앓고 있던 치핵이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찬 바닥에 그냥 앉으면 안 됐는데, "방석을 사용하고 싶다"는 요구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침낭을 방석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⑧~⑭ 지혈제 왜 안 줘? 등등
그 밖에도 지혈제를 제때 주지 않은 점 등등을 열거했다.
이씨는 자신의 모든 요청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모든 잘못에 대해 1억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소장을 접수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교도소의 업무 처리 방식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도소가 이씨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은 건 대체로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고 봤다.
예를 들어 편지 발송이 불허한 건 이씨가 작성한 편지에 허위사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과거에도 문제를 일으켜 4개월 동안 검열 대상자로 지정된 사실이 있었다. 이런 전력을 감안해 편지를 보내지 못하도록 한 것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14가지 중 딱 한 가지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법원도 '교도소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침낭을 방석처럼 깔고 앉지 못하게 했다"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이씨의 치핵이 악화된 점을 감안했다.
교소도 측은 이 사안에 대해 "교도소는 수용자에게 방석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침낭은 취침할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석을 제공했어야 했다"고 판결했다." 방석 제공으로 교도소 내 질서유지가 무너진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없는데도 불허한 것은 교도소 책임"이라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방석 미사용'에 따른 배상액을 30만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 돈은 이씨가 재판비용으로 사용한 액수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손해배상 소송을 위해 인지대로만 45만2200원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