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에 '오징어 게임' 보여준 교사, 명예회복 소송했지만…
초등생에 '오징어 게임' 보여준 교사, 명예회복 소송했지만…
법원 "이미 퇴직, 소송 이익 없다"

초등학생에 ‘오징어 게임’ 요약 영상을 보여준 교사가 징계 취소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각하했다. /셔터스톡
초등학생들에게 '오징어 게임' 요약 영상을 보여줘 징계를 받은 교사가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은 징계가 올바른 것이었는지 따져보지 않은 채, 이미 학교를 떠난 교사가 소송을 통해 얻을 이익이 없다며 재판 문을 닫았다.
사건은 2021년 9월 30일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시작됐다. 교사 A씨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15분짜리 유튜브 요약본을 학생 26명에게 보여줬다. 해당 드라마는 폭력성 등을 이유로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작품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의 민원이 접수됐고, 학교 측은 진상 파악에 나섰다. 교장 직무대리는 A씨에게 여러 차례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며 맞섰다.
결국 학교법인은 2021년 12월 28일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영상을 보여주고,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를 직위해제했다. 이듬해인 2022년 1월 26일에는 견책(가장 가벼운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반발했지만, 같은 날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2월 3일 퇴직했다. 이후 검찰이 A씨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리자, A씨는 "교육적 목적이었고 폭력 장면은 건너뛰었다"며 "부당한 직위해제와 견책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구광현)는 A씨의 주장이 타당한지 판단하지 않고 소송 자체를 기각하는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의 행동이 징계 사유가 되는지가 아닌, 소의 이익(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법률적 이익)이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먼저 직위해제 처분에 대해 "이후 더 가벼운 징계인 견책 처분이 내려지면서 효력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가 이미 사직한 이상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염려도 없다"며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고 봤다.
견책 처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는 이미 끝났고, 인사기록카드에 남은 견책 처분 기록도 3년이 지나면 말소될 예정"이라며 "재취업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가정일 뿐, 현실적인 불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참고]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 2023가합36483 판결문 (2024. 10. 1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