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해보세요" 박범계의 말⋯우리가 보기엔 강요처럼 보여도, 법으로는 아니다
"'살려주세요' 해보세요" 박범계의 말⋯우리가 보기엔 강요처럼 보여도, 법으로는 아니다
박범계 의원의 발언 논란 "'살려주십시요' 해보세요"
예산을 심사하는 권한 이용한 '부당한 강요'로 볼 수는 없을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예산심사 전체 회의에서 난데없이 "살려주십시오"라는 말이 나왔다. 발언의 주인공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예산심사 전체 회의.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과 법사위 소관 기관 관계자들이 내년도 예산을 놓고 논의하던 중 난데없이 "살려주십시오"라는 말이 나왔다.
발언의 주인공은 예산 심사 권한을 쥐고 있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법고을LX' 사업 예산에 대해 잘 살펴달라고 하자 나온 발언이었다.
지난해 3000만원에서 0원으로 삭감된 법고을LX 예산을 다시 확보하려면, 해당 예산을 심사할 의원들에게 "살려달라"고 말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조 처장이 멋쩍은 웃음을 짓자 박 의원은 "살려주십시오, 한마디 하시면 끝날 일을 참내 답답하시네"라고 핀잔을 줬다.
이 모습은 법원 예산 편성권을 가진 박 의원이 예산이 필요한 처지의 조 처장에게 부당한 강요를 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실제 박 의원의 이런 발언은 강요로 볼 수 있을까. 만약 형법상 '강요'에 해당하면 박 의원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형법상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협박'(①)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협박이란 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을 전달해 타인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박을 받고,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했을 때(②) 강요죄가 성립한다.
즉, 박범계 의원의 말을 들은 조재연 처장이 "살려주세요"라고 하지 않으면 예산 심사에서 불리해진다는 공포를 느꼈는지부터 검토(①)해야 한다.
법률 자문

변호사들은 의견은 나뉘었다.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는 "협박이 되려면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전해야 한다"며 "박 의원의 발언이 그러한 정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 의원이 조 처장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보여도, 법률상 협박의 수준은 아니라는 취지다. 법무법인 윈스의 허왕 변호사 또한 "협박이 인정될 수 있을지 여부는 조금 의문이 들기는 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모욕죄로 볼 수는 없을까.
해당 발언이 모욕에 해당하면 일단, 국회에서 징계를 받는다. 국회법 제146조는 의원이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등의 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규정도 같은 법 제155조 제9호에 있다. 박창규 변호사는 "정치적 책임 또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에 대한 국회 자체의 징계 절차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국회법이 정한 '징계 수준'을 넘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헌법 제45조에 따라 국회 본회의 등에서 업무와 관련된 발언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으로 모욕죄를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변호사들은 "애매하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진률의 김진휘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판례는 면책특권의 대상을 매우 넓게 보고 있다"며 "(그런 기조에서 볼 때) 위 발언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면책특권의 취지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다른 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이므로 "국회법 제146조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발언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허왕 변호사는 "모욕죄에는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모욕이 면책특권의 예외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했다. 박 의원은 "예산이 회복돼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질의를 한 것"이라며 "다만 이 표현이 예산심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이 우월적 권한을 남용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