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만 있으면 다 잡는다? 이 경우는 있어도 어렵습니다
DNA만 있으면 다 잡는다? 이 경우는 있어도 어렵습니다
어린이집 가던 3살배기 아이, 담배꽁초 맞아 2도 화상
담배 DNA는 채취해도 대조할 DNA 확보 어려워
용의자 찾아도 당사자가 거부하면 DNA 검사 불가

유모차 안에 있던 3살배기 아이가 하늘에서 날아온 담배꽁초에 화상을 입었다. 아파트와 같이 높은 곳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 /셔터스톡
유모차 안에 있던 3살배기 아이가 하늘에서 날아온 담배꽁초에 오른쪽 어깨에 화상을 입었다. 피부 안쪽 진피까지 손상되는 2도 화상이었다. 엄마는 아파트 위를 올려다보며 “대체 누가 그런 거냐”고 소리 질렀으나 범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담배꽁초에서 가해자 DNA를 확인할 계획이지만 지금으로선 범인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꽁초에서 채취한 DNA에 맞춰볼 ‘용의자 DNA’ 확보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오전 경기 오산시의 한 아파트 현관 앞에서 유모차에 타고 있던 김모(3)군 오른쪽 어깨 위에 담배꽁초가 떨어졌다. 김군은 피부 안쪽까지 손상돼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현장을 비추는 CCTV도 없었던데다 목격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유일한 증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담배꽁초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DNA 분석을 의뢰했다.

지난 24일 담배꽁초 사건이 일어난 경기 오산시의 한 아파트. '담배꽁초 무단투기 절대금지'라는 게시물이 붙었다. "해당 입주민은 관리사무소로 연락을 달라"고 하고있다. / 사진출처 : SBS 캡처
현장 CCTV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방법은 탐문조사를 벌이는 것과 담배꽁초 DNA를 용의자의 DNA와 비교하는 방법뿐이다. 오산경찰서는 25일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당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과수에서 담배꽁초 DNA 결과가 나와도 현재로서는 범인을 잡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탐문조사와 함께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일일이 DNA를 대조해야 하는데 용의자 목격담 등이 나와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검사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DNA법에 따르면 범죄현장 등에서 발견된 물건의 DNA는 곧바로 채취가 가능하다. 경찰이 담배꽁초를 국과수에 맡긴 근거다. 그러나 사람이 대상일 때는 그 기준이 엄격하다. 우선 당사자에 동의를 받는 게 원칙이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채취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아파트 베란다에 담배를 던진 용의자에 DNA 채취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낮다. 지금으로선 범인이 과실범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용의자가 고의로 담배꽁초를 던졌다는 증거가 없으면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간주된다. 그런데 현행 법률에서는 과실범의 DNA를 강제로 채취할 방법은 없다.
DNA 자체가 중대한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인 만큼, DNA 채취 영장 발부 대상을 살인, 약취·유인, 강간·추행, 절도·강도 등 11가지 강력범죄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33년 만에 유력한 용의지가 나온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용의자 이춘재(56)는 1994년 대법원에서 강간과 살인죄를 인정받아 무기 복역 중이었는데, 두 가지 범죄 모두 강제로 DNA를 채취할 수 있는 유형의 범죄였다.
그 덕분에 경찰은 지난 7월 피해자 속옷의 DNA 분석 결과를 대검찰청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 있던 수형자들의 DNA와 대조 분석해 이춘재를 찾아냈다.
반면 이번 ‘아파트 담배꽁초’ 사건은 여기에 해당할 정도의 강력범죄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