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3억 공갈 사건, 법원은 왜 유명인 약점 파고든 죄질을 무겁게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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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3억 공갈 사건, 법원은 왜 유명인 약점 파고든 죄질을 무겁게 봤나

2025. 12. 09 12:4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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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명인 취약성 악용…죄질 매우 나쁘다"

주범 징역 4년·공범 징역 2년 선고

손흥민에 임신 협박한 일당 모습. /연합뉴스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3억 원을 뜯어낸 20대 여성과 공범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사건은 단순한 연예인 스캔들을 넘어, 법적으로 여러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다. 법원이 피고인들의 행위를 단순 협박이 아닌 ‘공갈’로 판단하고, 특히 유명인이라는 피해자의 특수성을 양형에 적극 고려한 배경을 법리적으로 살펴봤다.


사기가 아닌 ‘공갈죄’…위협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0부(부장판사 임정빈)는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양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공갈미수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공범 40대 남성 용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양씨는 손흥민 선수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손 선수를 압박했다. 이는 허위 사실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사기죄와 유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을 공갈죄로 판단했다.


공갈죄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때 성립한다(형법 제350조). 핵심은 ‘공갈’, 즉 협박을 통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고, 그 공포심에 의해 재산을 처분하게 만드는 것이다.


판례는 공갈 수단인 협박에 대해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대전지방법원 2022노2193 판결).


이 사건에서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피고인들이 사용한 협박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들은 단순히 임신 사실을 알리겠다고 한 것을 넘어, 손 선수가 유명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언론과 광고사에 폭로하겠다’는 방식으로 해악을 고지했다. 이는 손 선수의 사회적 명성과 경제적 기반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


손 선수는 이들의 거짓말에 속아서 돈을 준 것이 아니라, 폭로 위협이 야기할 공포심 때문에 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은 사기죄가 아닌 공갈죄 법리에 정확히 부합한다.


유명인의 취약성을 이용한 죄질 불량…양형 가중의 핵심 사유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서 “피해자는 유명인으로 범행에 취약하고 피고인들은 이를 빌미로 큰돈을 받아 죄질이 나쁘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이는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 중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를 중요하게 고려한 결과다.


유명인은 자신의 평판과 이미지가 곧 사회적, 경제적 가치와 직결된다. 피고인들은 바로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는 범행 수법의 불법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사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협박 범죄의 죄질을 매우 나쁘게 평가한 바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노1266 판결). 해당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피해자가 유명 여성 연예인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마치 피고인이 위 피해자의 실체를 알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이를 폭로하겠다는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의 판단은 유명인에게 특별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범죄자가 피해자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범행의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공갈 사건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정당화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공범의 역할 분담과 형량 차이

이 사건은 주범인 양씨와 공범인 용씨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다. 양씨는 최초 3억 원을 갈취하는 범행을 단독으로 실행했고, 이후 용씨와 함께 7천만 원을 추가로 갈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법원은 양씨에게 징역 4년, 용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며 형량에 차이를 두었다.


이는 범죄에 대한 기여도와 주도적 역할에 따라 책임을 달리 묻는 형법의 원칙을 보여준다. 용씨는 양씨의 범행에 가담하여 ‘언론과 광고사에 알리는 등 실행 행위’에 나아갔다.


이는 범행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위협 강도를 증폭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단순 방조를 넘어 공동정범(공동공갈미수) 책임을 지게 된 이유다. 그러나 범행을 최초로 계획하고 주도하며 이미 3억 원의 거액을 편취한 양씨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판단하여 형량에 차등을 둔 것이다.


손흥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책임은

피해자인 손흥민 선수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 재판부가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언급한 점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손 선수는 피고인들의 불법행위(공갈)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 3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우리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98다41377 판결). 특히 이 사건처럼 유명인의 사회적 생명을 위협하는 악의적인 범죄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매우 크다고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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