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의실에서 촬영 중인 폰 발견…몰카범 몰린 식당 직원, '이것'으로 누명 벗었다
[단독] 탈의실에서 촬영 중인 폰 발견…몰카범 몰린 식당 직원, '이것'으로 누명 벗었다
유죄 증거로 낸 사진 두 장
오히려 무죄 증명한 파일명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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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 강남의 한 식당 남녀 공용 탈의실. 퇴근을 앞둔 저녁 10시 무렵, 여성 직원 B씨(25)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에 들어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신발장 두 번째 칸에 비스듬히 세워진 아이폰이 동영상 촬영 모드로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휴대폰 주인은 직장 동료 A씨였다.
B씨는 직감적으로 불법 촬영(몰카)을 의심했다. 그녀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현장 증거를 남겼다. 신발장에 놓인 A씨의 휴대폰을 한 장 찍고, 그 휴대폰 갤러리에 들어가 저장된 영상을 다시 한 장 찍었다.
검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법원(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유랑 판사)의 판단은 검찰과 달랐다. 재판부는 A씨에게 불법 촬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죄의 결정적 증거였던 B씨의 진술과 사진들이 오히려 A씨의 결백을 증명하는 증거가 됐기 때문이다.
뒤바뀐 사진 번호의 진실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B씨가 제출한 두 장의 사진이었다. B씨는 법정에서 "신발장에 놓인 A씨의 휴대폰을 먼저 촬영하고, 이후 갤러리에 들어가 저장된 영상을 확인하며 두 번째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제출된 사진의 파일명은 B씨의 주장과 엇갈렸다. 신발장에 세워진 휴대폰 사진(1번째 사진)의 파일명은 'IMG_3703', 갤러리 영상 사진(2번째 사진)의 파일명은 'IMG_3702'였다.
A씨 측은 "아이폰은 사진 촬영 순서대로 파일명이 생성된다"며 "숫자 순서로 보면 갤러리 영상 사진이 신발장에 세워진 휴대폰 사진보다 먼저 찍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 역시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카메라의 파일 생성 원리에 비추어 볼 때, B씨가 "신발장에 세워진 휴대폰을 먼저 찍었다"는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IMG_3703' 사진이 B씨가 처음 탈의실에 들어갔을 때 발견한 원래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CCTV가 증명한 26초... 엇갈린 진술
B씨의 또 다른 진술도 CCTV 영상 앞에서 힘을 잃었다. B씨는 "갤러리 마지막 영상에 여러 사람의 종아리가 찍혀 있었다"며, "탈의실에 들어가기 5~10분 전 다른 남자 직원과 함께 빨래를 널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CTV 확인 결과, A씨가 탈의실에 들어간 이후 B씨가 빨래 건조대를 들고 나오기 전까지 탈의실에 출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비좁은 탈의실 구조상 두 사람이 26초 만에 함께 빨래를 너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오히려 "탈의실에서 빨래를 널고 내 전신사진을 찍다가 손님 나가는 소리와 부르는 소리에 급하게 나오느라 휴대폰을 두고 나왔다"는 A씨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CCTV에는 A씨가 탈의실에서 나오기 약 1분 37초 전 여성 손님 2명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갤러리에 찍혔다는 다른 사람의 종아리 역시 전신사진을 찍으려 이동하던 A씨 자신의 뒷모습이나 다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