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더 주목받는 '이프로스', 그들만의 세상을 열어봤다
요즘 들어 더 주목받는 '이프로스', 그들만의 세상을 열어봤다
'이프로스'에 올라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 비판 글에 수많은 실명 댓글
언론의 집중 받으며⋯검사들의 여론 확인하는 공간으로 인식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게 확인한 이프로스는 어떤 곳?

검란(檢亂)의 역사에 빠지지 않는 공간이 있다. 바로 '이프로스' 다. 해당 이미지는 이프로스의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검사들의 집단행동' 검란(檢亂)의 역사에 빠지지 않는 공간이 있다. 검찰 구성원만 접속할 수 있는 내부망 '이프로스'(e-PROS). 검찰 내부에 큰 이슈가 터지면, 이프로스에서 어떤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정해져 왔다.
한상대⋅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사태가 대표적이다. 중앙수사부 존폐를 놓고 특수부 검사들과 힘 싸움을 벌였던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프로스 여론이 돌아서자 사표를 던졌고, 혼외자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채동욱 검찰총장도 이프로스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 글을 남겼지만 통하지 않자 옷을 벗었다.
최근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을 올린 곳도 이프로스다. 200여명의 검사들이 댓글을 단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의 추 장관 비판 글 역시 출처가 같다. 이에 대해 추미애 장관은 3일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고 공개 답변했다. 법무부 장관도 이프로스 여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발표된 입장문이었다.
이렇다 보니 법조 기자들의 눈과 귀도 이프로스에 온통 쏠린다. 실시간으로 댓글이 몇 개가 달렸는지까지도 보도된다. 그러나 기사화되는 내용을 통해 묘사되는 이프로스 모습은 단편적이다. 논란이 되는 글이 잔뜩 올라오는 게시판 같은 공간처럼 그려지지만, 실상은 다르다.
로톡뉴스가 검찰 출신 변호사를 통해 이프로스의 '진짜 모습'을 재구성해봤다.
이프로스는 대검 예규에 규정된 시스템이다. '이프로스 관리·운영 규정'에 따르면 이프로스는 검찰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구축한 검찰종합정보통신망으로 정의 내려져 있다.
메인 화면 구성은 여느 기업의 내부망(인트라넷)과 다르지 않다. 그날의 일정과 공지사항, 자기가 소속된 기관의 소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본인이 올린 결재 서류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이곳에서 확인한다. 자신에게 접수된 문서를 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현직 검사라면 누구나 이프로스의 계정을 갖고 있다. 이 계정으로 이메일, 내부 메신저 등을 사용한다. 16년 검사 경력의 A변호사는 "검사가 되면, 본인 사무실의 컴퓨터에 설치된 이프로스에 접속해 활용한다"고 했다. 이프로스에서는 실명 공개가 원칙이며 소속도 확인이 된다. 퇴직 처리가 되면 계정을 사용할 수 없다.
① 업무와 관련된 사항 확인하는 곳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이프로스를 '업무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했다. 업무 사항과 검찰청 행사 등 검찰 내에서 공유되는 모든 사안을 이프로스에서 확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약 사범 집중 단속하라"와 같은 업무 지시사항이다.
4년간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검사 생활을 한 B변호사는 "아침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프로스 접속"이라며 "하루에도 여러 번 들어간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업무 처리에 필요한 공간이라는 취지다.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도 공유한다. '지식 영역' 공간에는 최근 이뤄진 법률 개정이나 꼭 알아야 할 판례, 우수 수사 사례 등이 올라간다. 판결문도 이프로스에서 검색할 수 있다.
② 전문성 위한 커뮤니티 활동도 함께 하는 곳
검사들은 이프로스에서 '커뮤니티' 활동도 한다. A변호사는 "동호회처럼 검사 내에서도 검사 전문성을 위해 커뮤니티에 들어간다"고 했다.
예를 들어 금융 분야를 담당하거나, 향후 전문 분야로 삼고 싶은 검사들은 금융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식이다. 커뮤니티는 조세, 금융, 성범죄, 학교폭력 등 다양하다. 학회 개최, 논문 발표 등 커뮤니티의 활동 사항도 함께 게시한다.
커뮤니티는 승인 절차 없이 누구나 개설할 수 있다. 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배하거나 이프로스의 운영 취지에 부적합할 경우 이프로스 관리위원회에 의해 폐쇄될 수도 있다.
1년 이상 온라인 활동이 없어, 가입 회원이 4인 미만인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도 폐쇄될 수 있다.
③ 떠나는 이들이 인사를 남기는 곳
이프로스는 업무 용도 외에 주로 '퇴임 인사'를 올리는 곳으로 사용된다. 검사직을 그만두면서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인사를 남기는 창구다.
재밌는 건 인사 글에 달리는 댓글 개수로 검찰 생활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C변호사는 "보통 사직 인사를 남기면 동료 등이 댓글을 달아준다"며 "댓글 개수는 검찰에서 생활을 잘했는지, 신망을 받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했다.
역대 최다 댓글을 받은 사람은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다. 지난 1월, 김 의원이 올린 사퇴 글에는 620개가 넘은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C변호사는 "검찰을 그만둘 때, 후배들이 이프로스 글을 출력해 액자로 만들어주기도 한다"며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때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프로스의 여러 기능 중 하나가 게시판이다. 언론 보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게시판의 종류는 다양하다. 검찰총장만이 글을 올릴 수 있는 검찰총장 게시판, 검사만이 글을 쓸 수 있는 검사 게시판과 같이 세분화돼있다. 업무 처리를 잘하거나 좋은 일을 한 사람을 칭찬하기 위한 '미담과 칭찬' 게시판, 청렴과 관련한 게시글이 올라오는 '청렴 게시판'도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게시판은 주로 현안에 대한 의견 표현, 법리적인 자문 요청 등을 하는 곳으로 활용된다"며 "수필 등 업무와 관련 없는 글을 게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B변호사는 "검사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곳"이라면서도 "예전에는 (글 내용에 따라 상부에) 불려가 혼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타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이 댓글도 달 수 있다. 댓글은 '사용자메모'라는 이름이 달리는데, 게시글과 마찬가지로 모두 실명을 공개하고 글을 써야 한다.
최근 추미애 장관을 비판한 글이 올라온 곳도 검찰 게시판이다. 이곳에 올라온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 글에는 '사용자메모'가 200개 넘게 달렸다.
보통은 댓글이 몇개쯤 달릴까. 이에 대해 5년간 검찰에 몸담았던 D변호사는 "보통 (평균적으로) 10개 정도의 댓글이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